검찰의 BBK 의혹 수사결과 발표 이후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2위 경쟁이 치열해졌다. 두 사람에게 2위 자리는 대선 이후 정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5일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선 정 후보가 이 후보를 서서히 추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일보ㆍ미디어리서치(5,6일) 조사에선 이 후보가 17%, 정 후보는 16.5%였고, 중앙일보(6일) 조사에선 정 후보 16.8%, 이 후보 15.9% 등으로 엎치락 뒤치락 했다.
하지만 7, 8일 실시된 일부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선 정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이내인 1, 2%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터널을 통과하면서 보수 표는 이명박 후보로, 호남과 20~30대 젊은 층 표는 정 후보 쪽으로 일부 결집한 결과로 보인다.
이회창 후보에게 대선 2위는 대선 이후 창당 등 세력화를 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3위 간판’으로는 이 후보가 신당을 창당한다 해도 ‘충청당’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정국 주도권을 쥐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면 총선에서 충청ㆍ영남 보수층을 기반으로 한 제1 야당을 탄생시키겠다는 계획도 물건너간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2위를 사수하지 못하면 이 후보의 대선 출마 명분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후보가 2위 자리를 정 후보에게 내 줄 경우 보수 표 이탈에 가속도가 붙어 두자릿수 지지율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 후보가 2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대선 참패 책임론이 급속히 확산, 범 여권이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친노 진영에선 불법ㆍ탈법 경선의 원죄론을 제기할 것이고, 민주당에서도 후보 단일화 결렬의 책임론 등을 들어 강력한 견제 기류가 만들어질 것이다. 총선에서 살아 남기 위해 각 계파가 독자 창당 또는 이합집산하면서 신당이 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정 후보는 1선 퇴진 압력에 직면하고 정 후보 계파도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높다. 한 측근은 “2위를 하더라도 1위와 20%포인트 이상 격차로 완패할 경우 정 후보 입지는 대단히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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