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경제 살리기·정책선거' 차별화…
검찰의 BBK 수사발표 이후 자신감을 얻은 한나라당은 6일 대통합민주신당과 이회창 후보를 향한 역공 수위를 한층 높였다. 포지티브 선거전을 통해 이명박 대세론을 확산시켜 ‘과반 득표’를 향해 내달린다는 전략도 세웠다.
한편으론 오만으로 인한 사고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겸손 모드’도 거듭 강조했다.
우선 신당과 이회창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작금의 모든 후보들이 검찰보다 범죄자의 말을 더 믿는 세상이 됐다”며 “범죄자를 더 믿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연석회의에서 공작정치 규탄 결의문을 채택, “정동영 후보와 국정파탄 세력은 정치공작과 흑색선전에 대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참회ㆍ사죄하라”고 공격했다. 신당의 특검 주장에 대해선 “경기장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훌리건 특검”(박형준 대변인)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를 향해서도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명분 없는 출마를 즉각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스페어 후보의 역할이 끝났으면 후보를 사퇴하고 그나마 남아 있는 명예를 지키라”고 압박했다. BBK 의혹을 털어버린 만큼 ‘이명박 대 반(反)이명박’ 구도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 본인은 거듭 자세를 낮췄다. 이 후보는 “국민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비록 모든 것이 깨끗이 밝혀졌지만 그동안 국민에게 심려 끼친 원죄가 내게 있다고 생각하고 더욱 더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 살리기’와 ‘정책 선거’를 키워드로 하는 차별화 행보도 강화키로 했다. ‘경제를 살릴 사람은 이명박’이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심어 네거티브를 하는 경쟁 후보와 차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가 이날 중앙우체국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한 것도 민생행보 강화 차원이다.
특히 이 후보 측은 ‘과반 대통령 만들기’ 전략에 집중할 방침이다. “국정이 안정되려면 과반 득표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캠페인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 측은 내심 이 후보 지지도가 45%를 넘긴다면 과반 득표도 가능하다는 속내다.
■ 정동영 "검찰-삼성-이명박 삼각동맹"…
대통합민주신당과 정동영 후보는 검찰의 BBK 수사 발표에 이틀째 반발했다. 정 후보는 6일 기자회견에 이어 서울 명동 검찰 수사 규탄집회에 참석해 "정치검찰의 짜맞추기 수사는 수구부패동맹의 거대한 음모"라고 비판했다. 신당 의원들도 김경준씨를 접견한 뒤 "검찰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이날 신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권력기관이 5공화국 시절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복종했듯 검찰이 보란 듯이 이 후보에게 줄을 섰다"며 "검찰은 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 거대한 수구부패동맹 편짜기에 가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선은 거짓과 진실의 대결이 됐다"며 "거짓된 세상을 막기 위해 모든 이해 관계를 초월해 뭉치자"고 주장했다.
일단 검찰 수사와 관련 반(反)이명박 연대를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정 후보는 "수구부패동맹에 맞서는 세력 연대 대상은 민주평화개혁세력"이라며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는 BBK 공세 협조로 선을 그었다.
신당은 이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질 작정이다. 이날 선대위 뻠括若?회의를 열고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과 이명박 후보, 떡값 검찰의 삼각동맹이 형성됐다"며 반(反)부패 전선 형성도 시도했다.
또 신당 정성호 이상경 의원 등은 이날 김경준씨를 접견한 뒤 "검사가 '우리가 힘들다.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데 이 후보를 칠 수는 없다'며 진술 번복을 회유했다"는 김씨의 발언도 공개하며 검찰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전략은 당이 네거티브 공세를 전담하고 정 후보는 이 후보에 대한 도덕성 공세와 함께 '왜 정동영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포지티브 전략을 병행키로 했다. 그래서 7일 전국 거리유세를 재개한다.
전주 대구 등을 이틀 연속 방문해 "'좋은 경제, 좋은 성장'으로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실제로 정 후보는 검찰 발표 이후 개혁 성향 지지층 결집으로 지지율이 2~6% 포인트 상승하는 추세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수도권 30, 40대를 중심으로 세금 부동산 교육 관련 민생공약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도 급물살을 타고 있어 정 후보측은 이 힘을 바탕으로 막판 대공세를 펼칠 계획이다.
■ 이회창은 역풍 우려 직접 언급 자제
무소속 이회창 후보 측은 6일에도 검찰의 BBK 수사결과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며 공세를 계속했다.
5일 김경준씨를 접견했던 김정술 캠프 법률지원단장은 이날 오전 김씨를 다시 만나고 돌아와 "김씨가 혐의를 자백했다는 검찰 발표와 달리 김씨는 여전히 이명박 후보가 연루됐다고 말한다"며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김 단장은 "김씨에게 'BBK가 100% 자기 소유라고 진술한 적이 있냐'고 물으니, 다스의 자금으로 이명박 후보가 인수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또 이면계약서 위조에 대한 자백 여부에 대해서도 "김씨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혜연 캠프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김씨의 진술은 검찰 발표와는 달리 '유도에 의한 허위자백'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검찰의 해명을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검찰 수사의 문제점은 캠프 변호인단을 통해 다루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의 본질은 이명박 후보의 (여러) 부도덕함과 경제전문가로 볼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캠프가 BBK 문제에만 매달리면 이 후보가 'BBK 한방' 만을 노리고 막판에 대선에 뛰어든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대통합민주신당과 달리 후보가 직접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는 애초부터 BBK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이 후보가 강조한 것은 위장전입, 자녀 위장취업, 부동산투기 의혹 등 이명박 후보의 부도덕성이고 BBK는 그 중 하나일 뿐"고 설명했다.
캠프는 당분간 변호인 접견을 통해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쪽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캠프에선 '창사랑'과 '박사모' 등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광화문 촛불집회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 후보 측은 또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대통합민주신당과 '반부패연대'를 결성하는 방안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잠정 중단했던 유세도 7일부터는 여수 광주 전주 등 호남 지역에서 재개하기로 했다.
한편 유석춘 정무특보는 연대 가능성에 대해 "참주인연합 정근모 후보가 추가로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화한 것 같고,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좌파는 아닌 만큼 얼마든지 연대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정상원기자 ornot@hk.co.kr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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