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BBK는 김경준 1인회사'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투자자문사 BBK 실소유 논란은, 이 후보가 2000년 2월 김경준씨와 공동으로 LKe뱅크를 설립한 데서 시작됐다.
BBK 한국법인은 김씨가 1999년 10월 설립했지만 불과 넉달 뒤 두 사람이 LKe뱅크를 공동 설립하고, 이 후보가 당시 언론인터뷰에서 “내가 BBK를 창업했다”고 밝힌 점 등이 의혹 제기의 근거였다.
수사과정에서 김씨가 검찰에 제출한 이 후보와 김씨간 주식매매에 관한 2000년 2월21일자 ‘한글 이면계약서’가 사실 여부를 규명해야 할 핵심 자료로 떠올랐다.
‘김씨가 이 후보 소유의 BBK 주식 61만주를 49억9,999만5,000원에 매입한다’는 계약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BBK는 이 후보 소유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서는 곧 날인된 이 후보의 도장이 가짜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의혹의 근거가 된 다른 자료는 2000년 6월 작성된 하나은행 내부보고서. BBK에 5억원을 투자한 하나은행이 투자결정 관련 보고서에 ‘BBK는 LKe뱅크 자회사’라고 적시한 것이다. 이 후보가 이사회 최종결정권자로 적시된 2000년 2월15일자 개정 BBK정관도 있었다.
검찰은 일단 한글 이면계약서 진위 판별에 집중했다. 수사결과 2000년 2월 작성됐다는 계약서에 찍힌 이 후보의 도장이 사실은 김씨가 2000년 9월부터 사용한 도장과 일치했다. 비슷한 시기인 2000년 4월과 6월께 EBK가 금감원에 제출한 서류에 있는 이 후보의 도장과는 일치하지 않았다.
더구나 문서감정결과 이 계약서는 잉크젯 프린터로 인쇄됐지만, 당시 BBK 사무실에서는 레이저프린터만 사용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검찰이 이 같은 증거들을 들이대자 김씨는 “사실은 2001년 3월 이 문안을 만들어 이 후보의 도장 날인을 받았다”며 위조 사실을 실토했다. 또 김씨가 주식 61만주를 인수했다면 이 후보에게 50억원을 지급했어야 하는데 자금추적에서 어떠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는 또 하나은행 내부보고서 및 BBK 정관 개정에 대해“하나은행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LKe뱅크는 BBK의 지주회사’라고 거짓말을 하고, 위조 정관을 만들었다”고 자백했다.
김씨가 미국에서와 달리 검찰에서 “BBK는 내가 100% 지분을 보유했다”고 털어놓은 것은 결정적이었다. 특히 검찰은 김씨가 2001년 2월 직접 작성한 ‘EBK는 LKe뱅크 자회사로 편입해도, BBK는 계속 내가 100% 지분을 갖는다’는 메모를 확보했다.
결국 검찰은 “BBK는 김씨가 1999년 4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해외에 단독 설립한 이후 e캐피털에서 30억원 투자를 받은 뒤 2001년 1월까지 지분 98.4%을 모두 매입한 1인 회사”라고 결론 내렸다.
● 2. 이명박 다스 실소유 증거 없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은 BBK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은 물론, 고위 공직을 거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인사의 차명재산 보유라는 사안의 민감한 성격상 수사결과에 따라 대선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핵 폭탄으로 꼽혀왔다.
다스 실소유주 논란은 김경준(41ㆍ구속)씨가 다스의 설립ㆍ증자 과정에서 납입된 자본금이 도곡동 땅 매각대금에서 나왔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지난 8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의 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포스코에 매각한 도곡동 땅이 사실은 이 후보의 차명재산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부분이다.
김씨는 그동안 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것이 이 후보가 주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스의 실소유주인 이 후보가 자신 소유의 또 다른 회사인 BBK에 투자하도록 지시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김씨의 이 같은 주장은 5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서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 우선 다스의 주주 구성은 1999년 이후 한 차례도 변동이 없었으며, 이 후보는 주주 명부에 오른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95년 다스의 유상 증자 과정에 도곡동 땅 매각대금 중 7억9,200만원이 이상은씨 명의의 주식대금으로 납입된 사실 등을 확인하고 다스의 9년치 회계장부를 검토하는 등 자금 실제 주인의 실체를 추적했지만 이 후보와의 연결고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스는 87년 설립 이후 후지기공이 주주로 있던 93~95년 시기에 7,000만원대의 이익 배당을 실시한 것 외에는 일절 주주배당이 이뤄진 적이 없었고, 다스와 관련된 계좌에서 입출금 된 자금 가운데서 이 후보에게 건너간 돈은 없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이 후보가 주도했다는 다스의 BBK에 대한 190억원 투자에 대해서도 검찰은 "2000년 당시 상당한 자금 여력을 갖고 있던 다스가 김경준씨의 설득으로 이사회 개최 등 정상적인 내부 논의 과정을 거쳐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가 다스 투자금 가운데 9억원을 LKe뱅크의 유상 증자 납입대금으로 썼으며, 나머지 181억원은 역외펀드 주식, 전환사채 매입 등 정상적인 투자에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후보 관련 3대 의혹 중 하나였던 BBK 실소유주가 이 후보가 아닌 김씨로 밝혀지면서 다스가 이 후보의 소유라는 주장은 자연스레 힘을 잃고 말았다.
● 3. 이명박 주가조작 공모 혐의 없다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은 BBK와 LKe뱅크를 둘러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연루 논란을 촉발시킨 사건이었다. 전 BBK 대표 김경준(41ㆍ구속)씨는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한 뒤 회사자금 319억원(이전에 384억원으로 알려졌으나 수사결과 중복 계산된 금액 제외)을 횡령해 2001년 12월20일 미국으로 도피했다.
이때 5,000여명의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봤고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김씨가 이 후보와 동업을 했다는 사실이 세간에 퍼지면서 BBK 논란이 불거졌고, 이 후보가 주가조작에도 관여했을 것이라는 주장들이 나왔다.
이 후보는 "김씨의 BBK 불법 운영 문제로 김씨와 2001년 4월 결별했기 때문에 옵서널벤처스 인수나 주가조작에 관여한 바 없다"며 공모 의혹을 강력 부인해왔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 등은 김씨가 이 후보와 결별하기 전인 2001년 1월 옵셔널벤처스의 전신인 광은창투를 인수했고, 주가조작이 2000년 12월~2001년 12월 이뤄진 점 등을 지적하며 연루 가능성이 있다고 공세를 폈다.
여기에 이 후보가 공동대표였던 LKe뱅크 법인계좌 다수가 주가조작에 사용됐고, 주가조작 자금이 운용된 역외펀드 MAF에 LKe뱅크 돈 150억원이 집중 투자된 점 등도 의혹을 부풀렸다.
신당 측은 이 후보의 측근 김백준씨의 계좌에서 98억원이 빠져나와 2001년 5월 미국 '워튼스트레티지스'에 입금됐다가 25일 뒤 EBK 계좌로 돌려받았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워튼스트레티지스는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에 이용된 페이퍼컴퍼니다.
검찰은 의혹 규명을 위해 자금흐름을 추적했다. 그 결과 이 후보가 옵셔널벤처스 인수 및 주식매매에 쓰인 돈을 제공하거나 주가조작 등으로 이익을 받은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옵셔널벤처스 인수 및 주가조작 자금은 김씨가 BBK를 통해 모은 투자금을 역외펀드 MAF 등에 보냈다가 외국 유령회사 명의로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방식으로 마련했고, 이는 김씨의 단독 행동이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옵셔널벤처스 인수 및 주식매매 실무를 담당했던 BBK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김씨의 지시에 따라 주식매매를 했고, 일일거래 상황도 김씨에게만 보고했다. 이 후보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일치된 진술을 했다.
검찰은 "이 후보와 김씨가 공모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주가조작에 LKe뱅크 계좌가 사용되고, 김백준씨 계좌가 활용된 점에 대해 검찰은 "계좌 관리는 김씨가 모두 했고, 이 후보와 김백준씨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홍일 3차장검사는 "김씨는 주가조작 혐의도 부인했으며, 이전 언론 인터뷰에서 이 후보와 주가조작을 공모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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