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62) 태광실업㈜ 회장이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선 항공기에서 소란을 피워 항공기 이륙이 1시간 가량 지연됐다. 그러나 김해공항경찰대는 "항공사의 신고가 없었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유야무야 했다가 다른 승객과 항공기의 안전을 외면했다는 비난이 일자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4일 김해공항에 따르면 박 회장은 3일 오전 8시40분 김해발 김포행 대한항공 KE 1104편에 탑승, 비즈니스석 등받이를 뒤로 젖힌 채 앉아 있다가 비행기가 활주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승무원이 "등받이를 세워달라"고 요청하자 수 차례 폭언과 함께 고함을 질렀다.
박 회장은 "계속 소란을 피우면 비행기에서 내리게 하겠다"는 기장의 경고 방송에도 불구, 30여분동안 계속 소란을 피웠고 결국 기장은 비행기를 계류장으로 되돌려 강제로 박 회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 박 회장은 전날 과음한 탓인지 술 냄새가 심하게 났다고 승객과 승무원들은 전했다.
박 회장이 탔던 비행기는 활주로까지 나갔다 되돌아 오면서 소모된 항공유를 다시 채운 뒤 예정된 출발 시간을 1시간 이상 넘긴 오전 9시47분께야 김해공항을 이륙했다. 이 과정에서 김해공항 관제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으며, 같은 항공기에 탔던 승객 127명 중 상당수가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나 항공기 승무원들로부터 박 회장을 인계받은 경찰은 ▦해당 항공기의 승무원들이 상황을 설명하며 박 회장의 신병을 넘겼고 ▦다른 승객 및 항공기의 연쇄 출발 지연 사태가 빚어졌는데도 피의자 신분이 될 수 있는 박 회장을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돌려보냈다.
현행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승객이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하고 타인에게 위해를 초래하는 행위'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은 박 회장의 항공기내 소란 행위 묵인 의혹이 제기되자 뒤늦게 "해당 사건을 조사해 박 회장의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경남 김해시에 있는 태광실업 본사에 출근하지 않은 채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상태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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