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 정도의 감독이다.”
아일랜드 출신 마이클 매카시(48) 감독의 한국 대표팀 사령탑 승선이 유력한 가운데 아드보카트 감독 선임에 깊숙이 관여했던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가 혹평에 가까운 평가를 내려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매카시가 대표팀 감독 선임 후보에 계속 오르는 이유는 그가 본프레레 정도 선에서 쉽게 접근해 데려올 수 있는 지도자이기 때문이다”면서 “그나마 월드컵 본선 경험이 있기 때문에 축구협회 차원에서 ‘이 정도면 되지 않느냐’란 생각에서 후보로 삼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카리스마도 지도력도 없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차기 대표팀 사령탑 후보에 관해 처음으로 실명을 거론하며 밝혔다. 정 회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협상 1순위는 제라르 울리에(60ㆍ프랑스) 프랑스 축구협회 기술이사이고, 2순위는 매카시 현 잉글랜드 2부 리그 울버햄프턴 감독이다. 빠르면 이번 주에 신임 감독 선정이 확정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매카시 감독의 현 소속팀인 울버햄프턴은 5일 저녁(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매카시 감독이 한국 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연결되고 있는데 추후 구단의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해 매카시 인선 쪽으로 기우는 것이 아니냐는 판단을 낳고 있다.
프랑스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울리에는 지도력과 축구 철학이 검증된 세계적인 지도자.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의 기술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한 그는 전세계에서 축구에 관한 지식이 해박한 축구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러나 2순위로서 차기 사령탑에 보다 근접한 매카시 감독에 대한 축구 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렇다 할 경력이 없는 매카시가 왜 한국 대표팀의 차기 사령탑으로 거론되느냐는 것. 매카시 감독은 축구협회가 2004년 조 본프레레 감독을 뽑을 때도 후보 물망에 올랐고, 이듬해 딕 아드보카트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최종 후보 리스트에 포함됐다.
이번이 벌써 3번째. 하지만 대다수 축구 관계자들은 2002한일월드컵에서 아일랜드 대표팀을 16강에 올린 것 외에 매카시가 보여준 축구가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울리에 감독이 온다면 어린 선수 발굴 등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될 부분이 많지만 매카시는 이렇다 할 강점이 없다”면서 “그의 최대 업적이 아일랜드 대표팀의 월드컵 16강이지만 당시 그는 아일랜드 사상 최고의 멤버들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평가 절하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매카시가 매번 후보로 오르는데 이해할 수 없다. 한국 축구의 당면 목표가 무엇인지조차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축구협회는 시행착오를 반복할 셈이가”라며 의구심을 표시했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대한축구협회의 협상력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 감독 선임에 있어 영국 스포츠 에이전시 캄(KAM)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비판이다.
가삼현 협회 사무총장은 2001년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5명의 감독을 캄의 소개를 받아 뽑았다. 이렇다 보니 세계 각국의 능력있는 지도자들이 외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문선 교수는 “한국 축구의 위상이 한일월드컵 이후 높아졌다. 왜 우리가 항상 감독을 모셔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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