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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株, 시련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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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株, 시련은 끝났다?

입력
2007.12.10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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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잇따른 비리 의혹 제기로 곤두박질치던 삼성그룹주가 반전을 노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 수용을 기점으로 주가가 고개를 든 뒤, 검찰이 삼성증권 등 계열사에 대해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벌이는 와중에도 상승세를 지속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

이는 특검 수사 결정으로 ‘이미 악재는 모두 주가에 반영된 것 아니냐’며 역발상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어난데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워런 버핏처럼 위기를 투자기회로 살린 승리자가 될까, 아니면 또다시 고배를 마시게 될까.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있었던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15개 삼성 관련주들의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평균 12.8% 떨어져 종합주가지수(-7.78%)보다 하락폭이 컸다.

특히 비자금 조성 창구로 지목된 삼성물산(-14.87%) 삼성중공업(-14.85%), 후계구도와 관련된 호텔신라(-17.09%) 제일모직(-16.03%) 등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삼성그룹주 펀드의 1개월 수익률도 그룹주 펀드군에서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아무리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 해도 비리의혹 제기 자체가 얼마나 큰 충격을 주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주의 ‘미스터리’는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됐다. 노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대부분 삼성그룹주가 반등한 것. 액면대로 따진다면 일반 검찰이 아닌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곡(哭)소리’가 나야했는데도 오히려 환호성이 터진 셈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증시 전문가들은 우선 불확실성 해소에서 답을 찾는다. 그 동안 각종 비리의혹이 제기되면서 삼성에 대한 수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설만 난무했지만 특검제 수용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얘기다.

또 투자자들이 과거 대기업 수사의 종착점이 어디인지를 뻔히 아는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의견도 많다. A증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어떤 수사도 기업가치를 훼손할 정도로 파괴적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특검은 삼성그룹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튼튼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호재”라고 말했다.

실례로 현대차 계열의 글로비스는 지난해 검찰이 현대ㆍ기아차 비자금 수사에 착수하면서 주가가 5만원 후반대에서 2만원까지 추락했지만 2심에서 정몽구 회장이 집행유예선고를 받으면서 6만원대로 반등했다.

2003년 대북송금 특검 수사대상에 올랐던 현대상선도 1,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정몽헌 회장의 사망으로 사건이 대강 마무리 됨에 따라 반등을 시작해 현재 4만원까지 올라 있다.

B증권사 관계자는 “국민 모두가 삼성을 흔들면 국가 경제가 흔들린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정권이 바뀌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사건을 빨리 종결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특검 수사 개시도 전에 투자하는 건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C증권사 관계자는 “삼성그룹주의 경우에는 특검 수사를 통해 어떤 돌출 변수가 튀어 나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경영진마저 경영공백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자칫 큰 손실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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