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인성 교육을 잘못 시켰습니다. 요한아, 순리를 거스르면 안된다.”
스승은 꾹 다문 입을 열고 자신을 탓한 뒤 제자를 꾸짖는 말을 내뱉었다. 제자는 규정상 받을 수 없는 계약금을 내놓으라고 떼쓰는 김요한(인하대)이고, 스승은 김요한을 4년 전 인하대로 스카우트했던 문용관 대한항공 감독이다.
문 감독은 4일 대전에서 벌어진 프로배구 삼성화재전에 앞서 답답하다는 말만 되뇌었다. 김요한이 지난 여름 국가대표팀을 무단 이탈한 데 이어 또다시 말썽을 일으켰기 때문.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LIG손해보험에 지명된 김요한은 계약금을 주지 않으면 계약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규정상 1라운드 지명 선수는 계약금 없이 연봉 7,000만원~1억원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김요한과 그의 아버지는 막무가내다.
KBS N 해설위원인 인하대 최천식 감독은 이날 중계방송을 위해 내려왔다가 제자가 일으킨 소동에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요한을 가르쳤던 두 스승은 “요한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정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코트의 명장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도 “선수가 구단에 규정을 어기라고 요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문 감독의 어두운 표정은 경기 중에도 계속됐다. 장광균과 보비(이상 18점)의 좌우 쌍포를 앞세워 1세트를 25-21로 따냈지만 내리 3세트를 내주며 1-3(21-25 25-19 25-23 25-20)으로 역전패했다. 삼성화재(2승)는 1일 현대캐피탈(1패)과의 개막전 승리에 이어 우승후보 대한항공(1승1패)까지 격파하면서 단독선두로 나섰다. 삼성화재 용병 추크 안젤코(200㎝)는 최다득점(35점)을 기록하면서 신치용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한국전력은 수원에서 상무를 3-2로 꺾고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앞서 벌어진 여자부에서는 중위권이라는 평가를 받던 KT&G가 우승후보 GS칼텍스를 3-0으로 격파했다. 개막전에서 3연패에 도전하는 흥국생명을 꺾은 데 이어 GS칼텍스까지 물리친 KT&G는 2승으로 단독선두를 달렸다.
대전=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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