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의 행태는 합종연횡(合從連衡)이라고 하기보다 짝짓기라 표현하는 것이 옳다. BC 4세기 말 중국의 대국 진(秦)나라 동쪽에서 6개의 소국이 남북으로 일어서 진나라의 부하로 있었는데, 소진(蘇秦)이라는 외교관이 "소의 꼬리보다 닭의 머리가 낫다"며 6국을 꼬드겨 남북(세로)연합으로 진나라에 대항케 한 것이 합종이다.
그러자 장의(張儀)라는 외교관이 나와 "괜히 까불다 진나라에 미움만 산다"며 6국을 설득해 하나씩 진나라와 동서(가로)동맹을 맺게 한 것이 연횡이다. 합종했다 연횡했다 하던 6국은 모두 진에 의해 멸망 당했다.
■TV '동물의 세계'에서 나오는 것 말고, 서로 다른 종자들 간에 굳이 짝짓기를 하는 이유는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멧돼지와 집돼지를 교배해 낳은 새끼 돼지를 하이브리드(hybrid)라고 한다.
생명력이 강한 멧돼지와 새끼를 많이 낳는 집돼지의 장점을 갖고 태어난 하이브리드는 키우기 좋고 고기 양이 많아 인기가 높다.
그러한 짝짓기의 전형은 노새다. 말과 당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는 말처럼 힘이 세고 당나귀처럼 악착같아 일을 시키기에 제격이다. 인간의 호기심은 사자와 호랑이를 짝짓기 시켜 라이거라는 애완동물(?)도 만들어 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를 위한 짝짓기에는 후사가 없다는 결정적 아픔이 있다. 멧돼지와 집돼지는 생물학적 분류에서 과(科)가 다른 동물이다. 시쳇말로 종자가 다른 것이다. 다른 종자 간의 교배는 인간이 강요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그것이 옳은 섭리가 아니라는 것은 그들이 다음 세대를 만들지 못하도록 자연이 생식기능을 제거해 버린 데서 알 수 있다. 하이브리드가 그렇고, 역시 다른 종자들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나 라이거도 그렇다. 한 번 짝짓기로 끝나는 불임(不姙)의 세대다. 한 번 먹기는 편하지만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씨 없는 수박'인 것이다.
■정치란 게 원래 무리짓기, 짝짓기의 전형일 수밖에 없지만 요즈음의 그것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A를 지지하는 국민 a%와 B를 좋아하는 유권자 b%를 합치면 a+b%가 될 것이라고 여기는 '하이브리드 계산법'은 유권자인 국민을 너무나 무시하고 우롱하는 짓이다. 차라리 개표가 끝난 뒤 각자의 표를 들고 이합집산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게 낫다.
정치적 종(種)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편리한 대로 시너지효과를 계산하며 짝을 짓겠다는 것을 말릴 수야 없지만, 그러한 짝짓기는 결코 장래를 잉태할 수 없다는 섭리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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