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후계자 찾기 게임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총선 압승을 통해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한 푸틴으로선 자신의 ‘수렴청정’을 보장할 차기 권력 구도를 놓고 막바지 숙고에 들어갔다.
23일 대통령 후보등록 마감일을 앞두고 집권 통합러시아당이 17일 열리는 당 대회에서 대선후보를 지명할 예정이어서 안개 속에 가려졌던 푸틴의 후계자가 조만간 베일을 벗을 전망이다.
‘3선 연임 불가’라는 헌법 조항 때문에 내년 5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만 하는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차기 구도를 어떻게 만들 지에 국제적 관심이 쏠려왔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국가를 운영할 능력을 갖추면서도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을 ‘연약한’ 후계자를 찾기 위해 막판까지 고심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는 세르게이 이바노프(54), 디미트리 메드베제프 제1부총리(41)와 빅토르 주브코프(66) 총리 등 측근 3인방이지만 예상외의 인물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바노프 제1 부총리는 국방장관, 국가 안보회의 의장 등을 거친 러시아의 핵심 전략가. 그는 특히 1970년대부터 푸틴과 같은 국가보안국(KGB) 부서에서 근무하며 친분을 맺어온 최측근으로, ‘푸틴의 복제’라고 불릴 정도다.
올 초까지만 해도 이바노프가 후계자 경쟁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후보 대열에서 탈락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 서방 강경파로 꼽히긴 하지만 정부 내 독자적인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제 1부총리 메드베제프는 최대 국영기업인 가즈프롬 회장으로 크렘린을 주무르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파’의 일원. 그는 이바노프와 달리 KGB 배경은 없는 법률가 출신이다.
주브코프 총리는 그동안 별로 주목받지 못하다 올 9월 총리로 임명되면서 차기 후계자로 급부상한 인물이다. 세금부 차관, 재정부 차관 등 경제 관료 코스를 밟은 그는 정부 관리자의 역할을 하면서 별다른 정치적 영향력이 없다는 점에서 푸틴의 입맛에 가장 맞는 후계자란 분석이다. 특히 나이가 많아 그가 대통령이 될 시 건강 문제로 중도 사퇴해 푸틴이 조기에 대통령으로 복귀하는 시나리오로 점쳐지고 있다.
러시아 후계구도는 결국 푸틴 대통령이 헌법 조항 때문에 일시 물러나야 하는 대통령 자리에 대한 ‘대리인’ 찾기 성격이 짙은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막판까지 후계구도를 정하지 못한 것도 권력 공백 상태에서 혹시 모를 ‘대리인의 반란’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란 분석이다.
미하일 맥포엘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푸틴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다음 대통령에게 자신의 권위에 도전할 만한 어떤 정치 기반을 만드는 것을 용납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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