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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에 밀려 팽개쳐진 새해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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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에 밀려 팽개쳐진 새해 예산안

입력
2007.12.10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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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시한(12월 2일)이 넘어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는 국회의 고질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도졌다. 예산안을 심의해야 할 국회 예결특위 의원들이 대선 유세가 시작된 지난달 27일부터 특위를 팽개치고 선거운동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이 나서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를 비난하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준(準)예산을 편성하는 사태를 경고했다.

우리는 무엇보다 헌법으로 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을 예사로 무시하는 국회의원들의 법 경시 풍조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입법의 주체들이 이처럼 법을 우습게 여기고 있으니 우리 사회에 준법의식이 자리잡을 리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새 정부가 시작되는 내년 예산에 대통령 당선자의 의지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처리를 미루고 있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렇게 예산안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선거운동은 다른 수많은 운동원들에게 맡기고 예산 심사에 나서야 맞다. 과거 대선이 있는 해에는 조기에 예산안을 처리하는 관행이 있었지만, 그마저 깨졌다.

예산안은 확정하고 나서도 집행 준비까지 30일 가량 걸리기 때문에 예산 차질은 사실상 시작됐다.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공기업, 정부 산하 기관들은 확정되지도 않은 정부 예산을 가정해 자체 예산을 짜고, 나중에 다시 꿰어 맞추는 파행이 불가피하다.

입만 열만 민생을 걱정하는 의원들이 내년도 모든 나라살림을 담은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행위다.

예산안 처리를 대선 이후로 미룬다면 자칫 연내 통과도 어려워질 수 있다. 크리스마스 등이 겹쳐 남은 기간이 5~7일에 불과하다. 장 장관이 준예산 편성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새해가 시작됐는데도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전년도 예산에 준해서 집행하는 준예산이 실제 시행된다면 예측하기 어려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다시 모여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9일 이전에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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