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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수사 발표/ 왜 이명박후보 물고 늘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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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수사 발표/ 왜 이명박후보 물고 늘어졌나

입력
2007.12.10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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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41ㆍ구속)씨는 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물고 늘어졌을까.

5일 수사결과를 접한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선거를 앞두고 적극적 대응이 어려운 이 후보를 상대로 공세적인 ‘진실게임’을 벌여보려 했지만, 정작 한국과 미국의 사법시스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이 이면계약서를 검찰에 제출하면 이 후보 소환, 이 후보와의 대질신문 등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겠지만, 이는 계좌추적 등 물증 확보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검찰 수사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오판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김씨는 수사과정에서 미국과 달리 검사가 직접 피의자를 신문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씨의 귀국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입국 시기가 한달 정도 빨랐다면 선거 전에 공판이 열려 김씨가 검찰청사가 아닌, 언론과 일반에 공개된 법정에서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훨씬 더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귀국시기 조율 과정에서 적절한 조언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김씨의 거짓말이 미국으로 빼돌린 수백억대의 횡령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씨는 부인 이보라(37)씨, 누나 에리카 김(43)과 함께 미국에서 현재 옵셔널벤처스의 후신인 옵셔널캐피털로부터 3,000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상태다.

김씨는 2005년 이 소송에서 “회사를 함께 운영한 이 후보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이 후보를 새로운 피고로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승인했다. 따라서 한국 검찰 수사를 통해 이 후보를 공범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하면, 김씨 가족은 민사소송에서 책임을 나눠질 수도 있어 큰 돈을 아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 수사를 통해 이 후보를 압박, 김씨 가족을 상대로 투자금반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다스의 소송 취하를 이끌어내려 했다는 관측도 있다. 결국 미국 내 소송이 마무리되는 내년 여름에는 국내로 송환될 수 밖에 없었던 김씨로서는 거짓말의 위험 부담에도 불구, 이 후보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도박 카드’를 던졌던 셈이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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