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령 서인도제도 태생의 흑인 정신과 의사로 알제리 독립투쟁을 이끈 혁명가였던 프란츠 파농이 1961년 12월 6일 36세로 사망했다. 그의 생애는 짧았지만 그 삶과 사상은 20세기 후반 세계의 민권 운동과 탈식민주의 운동, 흑인 운동의 길잡이였다.
파농, 하면 떠오르는 책은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1961)이다. 한국에서는 당초 1979년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 로, '사람'과 '자(者)'라는 단어 하나 차이지만 한층 선명한 제목으로, 번역됐었다. 대지의> 대지의>
서구 제국주의ㆍ식민주의가 제3세계에 가하는 야만적 폭력, 물리적 폭력은 물론 인간을 사물화시키는 경제적ㆍ문화적 폭력을 정신병리학자의 임상체험을 통해 고발하고 탈식민화를 위한 '정화'로서의 혁명적 폭력을 역설한 파농이즘이 담긴 이 책은 한국 젊은이들의 필독서가 됐다.
이 책에 장문의 서문을 쓴 사르트르는 "제3세계가 자신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자신에 대해 얘기할 수 있게 된 것도 파농을 통해서였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식민지나 제3세계, 혹은 이데올로기라는 말들이 낡아빠진 것으로 여겨지는 지금, 파농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2002년 프랑스어판 서문을 쓴 알리스 셰르키(파농과 함께 알제리 독립투쟁에 참여한 여성 정신분석학자)는 이렇게 묻고 답하고 있다. "이 책을 다시 읽어야만 하는 것일까? 이 책이 지금의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파농의 삶과 사상은 여전한 현재적 가치를 갖는다. 대지의>
이데올로기의 몰락이라 일컬어지는 시대를 넘어서, 지금처럼 경제의 세계화와 주체의 상실이 지배하는 시대에, 젊은 시절 파농이 외친 한 마디, 요컨대 그의 사상을 실천적으로 끌어간 한 마디, '내 몸이여, 나를 언제나 의문을 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오!'라는 절규는 오늘날에도 많은 젊은이들의 정신 속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언어와 출신지의 경계를 넘어서!"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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