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대선 이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12월19일 대선이 끝나는 직후 정치권은 일제히 내년 4월9일 실시되는 18대 총선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어지럽게 이어지는 정치권의 합종연횡과 이동도 사실 대선보다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3일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대선 단일 후보로 내세운 국민중심당 사람들의 머리 속엔 1996년 15대 총선에서 자민련이 받아 든 성적표가 떠올랐을 것이다. 당시 자민련은 충청은 물론 대구.
경북지역을 휩쓸며 50석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지금 구도대로라면 ‘이회창+국중당’이 내년 총선에서 제2의 자민련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관건은 한나라당내 박근혜 전 대표계로 대표되는 영남 세력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될 것이다. 이회창 후보측 한 관계자는 “대선 직전과 직후에 걸쳐 한나라당 내 박 전 대표측 세력 상당수가 이곳으로 넘어와 총선을 이회창의 깃발 아래 치를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한나라당은 대선 승리를 거머쥔 뒤 여세를 몰아 4월 총선에서 압승한다는 그림을 갖고 있다. 이전과는 달리 한나라당에 대한 수도권, 중도세력의 지지세가 어느 때 보다 높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한 그림이다. 민주당 등 호남에 기반 한 세력을 끌어들여 한나라당을 전국 정당으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갖고 있다.
문제는 영남과 충청에서 보수세력이 갈라지면서 의외로 고전할 가능성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총선까지 여세를 몰아가기 위해서는 “당내 화합이 관건”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내년 총선에서 보수 진영의 분열이 기정 사실화한 가운데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선택도 주목된다. 대선 결과에 따라 호남의 대표 주자 자격을 어느 한 정당이 쥐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각자 후보를 내고 수도권과 호남에서 피튀기는 혈전을 치를 가능성도 엄존한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간 단일화가 실패한 이유도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권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선 직후 개혁 진영 내에서도 어지러운 이합집산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호남의 대표성을 가지는 세력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가는 흐름과 함께, 아예 중도 보수화하는 한나라당이나 ‘이회창+국중당’쪽으로 넘어 가는 흐름도 등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이회창 저격수’였던 장전형 민주당 부대변인이 한나라당으로 가고, 이윤수 전 의원 등 민주당 당협위원장과 당직자들이 이회창 후보쪽으로 이동한 것은 그 전조라는 해석이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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