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둔화, 물가 상승 압력, 경상수지 적자….
당초 올해보다 좋을 것이라던 내년 우리 경제는 점차 확대되는 외부 변수들로 인해, '3재(災)'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위기상황은 아니겠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과 유가 등 해외발(發) 태풍의 강도에 따라 자칫 성장 물가 경상수지 등 이른바 경제운용의 '세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내년 경제 성장률은 올해 예상치(4.8%)보다 다소 낮아졌고, 물가도 3%대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10년 흑자 행진을 이어 온 경상수지도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장세 둔화… 하반기 더 나쁠 듯
지금까지 국책ㆍ민간연구소들은 한결같이 내년 5.0~5.1% 성장을 전망했다. 4%대 중후반의 성장이 예상됐던 올해보다는 확연히 경기가 살아날 거라는 관측이었다.
문제는 대외 악재다. 고유가와 서브프라임 태풍을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버텨왔지만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예상한 내년 성장률은 4.7%. 상반기(4.9%)보다 하반기(4.4%)가 더 나빴다. 한은은 "지금까지는 고유가 충격이 선진국 경기 호조, 신흥시장국 고성장 등에 의해 상당 부분 흡수됐지만 앞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점차 현재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 자산 가치의 재평가와 부실 증가 등으로 미국 경제가 둔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수출 두자릿수 성장… 소비 회복세 지속
물론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4%대 중후반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7%의 성장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도 "전기 대비로는 내년 상ㆍ하반기 1% 이상의 성장률을 지속하는 등 당초 예상한 대로 경기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역시 수출과 소비다. 안정적인 수출구조와 주력품목의 품질경쟁력 향상 등으로 상품수출은 내년에도 두자릿수(10.3%) 증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고, 민간소비도 꾸준한 회복세(4.3%)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성장둔화, 가계의 채무부담 지속 등으로 올해보다 다소 주춤은 하겠지만 역시 믿을 수 있는 것은 수출과 소비 뿐인 셈이다.
하지만 장기성장의 밑거름이 될 설비투자는 올해 7.6% 증가에서 내년에는 6.4%로 둔화될 전망. 수출에만 의존하는 경제성장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물가는 오르고, 경상수지 11년만에 적자
내년에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이 물가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2%대 초중반의 안정적인 물가 수준이 지속됐지만, 하반기 들어 고유가 압박이 거세지면서 10월 3.0%(소비자물가), 11월 3.5% 등 인플레 압력이 만만치 않다.
한은이 예상한 내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 올해(2.5%)보다 크게 높다. 여전히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5~3.5%) 범위내에 있기는 하지만, 유가가 예상수준(배럴당 81달러)보다 더 치솟을 경우 인플레도 목표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가 예상되는 경상수지도 부담이다. 유가 급등으로 상품수지 흑자가 줄어들고, 이미 만성화된 서비스수지 적자의 폭이 더룩 확대되면서 1997년 이후 11년만에 첫 적자(30억달러)반전이 예상되고 있다.
"적자 규모가 전체 교역 규모의 0.5% 미만이기 때문에 균형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까지 제거할 수는 없는 처지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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