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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인순이 서강대서 눈물의 특강…" 나를 있게한건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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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인순이 서강대서 눈물의 특강…" 나를 있게한건 오기"

입력
2007.12.10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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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무렵인가, 미국으로 돌아간 아버지를, 그리고 나의 출생 배경을 이해하려고 애썼어요. 가족 부양의 책임감도 갖게 됐지요. 애늙은이처럼 별별 생각을 다하면서 자랐습니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가수 중 한명인 인순이(50ㆍ본명 김인순)의 눈가에 한순간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기 시작했고, 전염되듯 400여명의 학생들의 눈에도 눈물이 어렸다.

5일 김씨의 특강이 열린 서울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 강당은 '인순이의 거위의 꿈-우리는 누구나 꿈꾸는 자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강의 제목처럼 눈물 속에 어린 꿈과 미래의 희망을 얘기하는 무대였다. '거위의 꿈'은 지난 달 김씨가 가수 생활 30년 만에 처음으로 가요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노래다.

그는 피부색만큼이나 남들과 달랐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눈물도 여러 차례 비쳤다. 하지만 그는 "피가 섞인 게 잘못된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사랑의 결실이라고 문제될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체성의 고민'은 여전하다. "영원히 풀리지 않겠죠. 그때마다 '으?X으?X' 하면서 답을 찾아내려 합니다."

김씨는 자신을 다잡은 것은 '오기'라 했다. '넌 안돼'라는 부정적인 한 마디에 오기가 발동했고,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을 들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버텨서 여기까지 왔다 . 김씨는 "운명이라면 따라가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가 앞질러서 간 것 같다"며 "시련이 닥칠 때마다 '부딪쳐 보자'고 다짐하면서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다"고 말했다.

몇 달 전 터진 학력 위조 파문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 놓았다. 그는 "원래는 '제발 나만은 비껴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며 "언론사에서 처음으로 전화가 오자 봐달라며 부탁할까도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솔직히 인정하고 이후 불어닥칠 '바람'을 그대로 맞자고 결심했죠. 고등학교는 내가 다니고 싶었던 '꿈의 학교'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불현듯 지난날의 고통이 떠오르는 듯 김씨는 다시 눈시울을 훔쳤다. 그는 "아직도 살아오면서 했던 거짓말이 너무 많다"며 "언젠가 밝힐지 영원히 묻어둘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도저히 말 못하겠다"고 울먹였다.

차별의 '벽'을 극복케 했던 에너지는 자신감이었다. 김씨는 "지금도 내가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엔 '원더걸스'도 제치고 1위까지 하지 않았나"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고민이 있을 땐 두발자국쯤 뒤에서 돌아보면 '남들도 다 겪는 일이구나' 하면서 위안을 얻게 된다"며 "눈물은 눈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기 성찰의 열매를 맺게 되고 그만큼 성장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맨 처음 들은 뒤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라고 여겼다는 '거위의 꿈'을 눈물로 열창하면서 김씨는 강연을 마쳤다.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있는 운명이란 벽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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