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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야구단 '밥만 먹은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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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야구단 '밥만 먹은 파티!'

입력
2007.12.10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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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유니폼 대신 깔끔한 캐주얼 정장차림으로 모였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활짝 웃지는 못했다. "이 자리가 결코 마지막이 아니다"며 애써 위로했지만 얼굴에는 어두운 기색이 역력했다.

6일 오후 5시30분 서울 코엑스 내 한 뷔페식당에서 현대 유니콘스 프로야구단의 송년 모임이 있었다. 1년을 마무리하는 '정식납회'는 아니었고, 그냥 오랜만에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자리였다.

애써 현대라는 이름으로 모이는 마지막 자리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언제 다시 이런 모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장담할 수 없었다. 김용휘 사장, 정재호 단장 등 프런트들이나 김시진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의 표정이 밝지 못했던 이유였다.

동네 돌잔치에서도 볼 수 있는, 그 흔한 플래카드 한 장 없었다. 사실상의 납회였지만 최우수선수(MVP), 우수선수 등 상과 상장은 없었다.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에 배부른 짓 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올 한 해 현대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보증으로 농협에서 130억원을 차용해서 구단 운영비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역시 11월로 끝이 났고, 더 이상은 돈이 나올 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만일 내년 1월까지 야구단을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현대는 해체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수 차례 좌초 위기를 견딘때문인지 김시진 감독은 담담하기만 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새로운 기업이 나와서 잘 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KBO에서 잘 풀어 주셨으면 좋겠네요. 저희 선수단은 힘든 가운데에도 정말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투자해 주세요."

최고참 김동수(40)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내내 허탈한 웃음만 지었다. "신이 안 나죠.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웃으면서 밥은 먹지만 힘이 없네요. 그래도 저희로서는 야구 말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식사를 마친 뒤 돌아가는 발걸음은 무거웠고, 어깨는 축 늘어졌다. 한 프런트는 차 문을 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솔직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관심 없어요. 그저 우리 구단을 인수해 줄 기업이 어디인지 궁금할 뿐입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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