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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라보엠', 발레 '호두까기 인형'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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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라보엠', 발레 '호두까기 인형'에 도전장

입력
2007.12.04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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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에 있는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는 벌써 크리스마스가 찾아온 듯 했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파리의 거리.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와 색색의 꽃을 든 연인들의 표정에는 설레임이 묻어난다.

외발 자전거를 타는 곡예사와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 아이들의 합창으로 떠들썩한 가운데 작은 북을 앞세운 군악대의 연주가 흥을 더한다. 연인 미미에게 모자를 선물한 시인 로돌포는 카페 모무스에서 화가 마르첼로, 음악가 쇼나르, 철학자 콜리네 등 예술가 친구들과 함께 와인잔을 부딪히며 축제의 밤을 한껏 즐기고 있다.

19세기 파리,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낭만을 그린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의 2막 장면이다. 무대 장치도 없는 텅 빈 연습실이지만, 어린이합창단과 연기자, 성악가까지 100여명이 뒤섞여 노래와 연기를 펼치자 어느새 흥겹고 떠들썩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3막이 열리면 무대에는 눈이 펑펑 내리고, 연인들은 가슴 아픈 이별을 한다. 결국 중병에 걸린 미미는 로돌포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라보엠> 은 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사랑 받는 오페라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한 가난한 연인들의 소박하면서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겨울 무대에 적격이다. ‘그대의 찬 손’ ‘내 이름은 미미’ 등 귀에 익은 아름다운 아리아도 많다.

국립오페라단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독식해온 발레 <호두까기 인형> 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라보엠> 을 매년 12월 볼 수 있는 고정 레퍼토리로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공연은 6~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국립오페라단이 대극장 무대에서 9회 공연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오페라 관객이 늘어나고, 예술의전당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장기 대관이 가능했다.

9회 공연인 만큼 트리플 캐스팅으로 다양한 성악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소프라노 박정원 이윤아 김세아가 번갈아가며 미미를 노래하고, 로돌포는 테너 신동호 류정필 정능화가 맡았다. 무제타는 메조소프라노 오미선 한예진 김현심. 마르첼로 역을 맡은 바리톤 이응광 등 최근 국제 콩쿠르에 입상하거나 소극장 오페라를 통해 발굴한 유망주들도 기용했다.

<사랑의 묘약> <투란도트> <멕베드> 등 국립오페라단과 여러 번 작업한 울리세 산티키가 연출하고,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하는 코리안 심포니가 연주한다.

정은숙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예술가들의 삶과 슬픔, 행복을 담은 따뜻한 작품이다. 크리스마스하면 <호두까기 인형> 을 떠올리듯 <라보엠> 을 송년 오페라로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02) 586-5282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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