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이 아직까지 처리되지 못해 자칫 내년 초 예산 집행이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경우 정부에 고용된 비정규직이 대량 실직되는 등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헌정 사상 처음으로 준(準)예산을 편성하는 사태가 올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현행 국가재정법상 연말까지 차기 연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이듬해 1월 2일부터는 정부가 준예산을 편성, 집행하게 된다. 전년도 예산에 준해서 집행되는 준예산은 ▦헌법 또는 법률이 정한 기관의 유지 및 운영 ▦지출의무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 등으로 용도가 국한된다.
최소한의 국가 기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집행되도록 하는 개념이다. 장 장관은 “준예산은 현재 개념만 있지, 범위 등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며 “준예산이 편성되는 사태는 굉장히 심각하며 그런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헌법에 따라 내년 예산안은 지난 2일까지 처리하도록 돼 있으나 법정 시한을 넘긴 지금도 국회는 본회의의 예산안 처리 계획을 세워놓지 않고 있다. 예산안을 가감하는 계수조정 소위조차 대통령 당선자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등의 정치적 의견이 나오면서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에는 일정 상 국회 처리가 쉽지 않고 의원들조차 연말연시 의정보고회를 위해 지방에 내려가기 때문에 연내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 과거에도 예산안이 연말에야 처리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적어도 대선이 있던 해에는 대부분 조기 처리가 되곤 했다.
준예산이 편성될 경우 정부에 고용된 비정규직 중 사업비에서 임금을 받게 되는 1만명 가량은 사실상 실직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준예산에서 사업비가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는 공공기관 역시 비정규직의 실직이 예상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지방교부세와 국가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아 잠정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고, 향후 추가경정예산으로 조정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예산 편성과 집행 역시 커다란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장 장관은 “민생을 걱정한다는 국회가 예산을 처리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정상적인 국가운영이 가능하도록 회기 내에 예산안을 통과시켜 주기를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