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남중수호(號)' 2기가 출범했다.
KT는 3일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남중수 현 사장을 차기 사장후보로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다. 내년 2~3월로 예상되는 정기 주주총회서 통과되면, 남 사장은 KT 민영화 이후 최초 연임 사장이 된다. 주총에서 연임이 부결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므로, 남 사장은 2011년까지 KT를 이끌게 될 전망이다.
지난달 13일에 사외이사, 전직 사장, 민간 위원 등으로 구성된 사추위는 복수의 외부 자문기관을 활용해 사장 후보군을 집중 물색했다. 사추위는 그러나 남 사장이 지난 재임기간 동안 고객 신뢰 회복 및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노력한 점을 평가해 경쟁자없는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사추위 위원장인 윤정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모든 사추위 위원들이 KT의 경영 여건과 민영화 3기의 과제를 고려해 남 사장을 적임자로 꼽았다"고 말했다.
남 사장은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체신부장관 비서관을 지냈으며 1982년에 한국통신(현 KT) 창립멤버로 합류해 IMT-2000 사업추진본부장, KTF 사장을 거쳐 2005년 8월부터 KT 사장을 맡고 있다.
그가 무엇보다 높은 점수를 받게 된 것은 특유의 추진력과 근면성이다.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등 KT의 기존 주력부문(유선사업)이 포화에 달한 상황에서, 인터넷TV(IPTV)와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한 점이 단연 돋보인다.
IPTV와 와이브로의 성공 가능성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할 때 그는 관련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며 결국 신성장동력으로 이끌어 냈다.
IPTV인 '메가TV'를 올해 본격화해 27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내년까지 13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세계 최초로 수도권 일대에서 상용화한 와이브로는 세계 기술표준으로 지정돼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신사업 추진력을 잘 나타낸 것이 바로 그의 '모죽(母竹)론'이다. 국내 자생하는 대나무인 모죽은 웅크린채 뿌리만 뻗다가 5년이 지나야 하루 70~80㎝씩 자란다.
남 사장은 "KT 민영화 5년은 뿌리를 뻗친 모죽의 5년"이라며 "임기 2년도 모죽의 심정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으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낮밤을 가리지 않는 남 사장의 근면성은 유명하다. 새벽 5시면 출근해 업무를 검토하고 직원들에게 일일이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최고경영자(CEO)라고 빼는 것도 없다.
필요하면 위험을 무릅쓰고 탑차를 타고 전봇대에 올랐고 고객들과 함께 스스럼없이 족탕에 발을 담갔다. 그는 "구름 위에서 허황되게 살지 말고 발 디딘 곳이 땅인 만큼 몸을 낮추라는 거선지(居善地)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KT의 고객가치혁신 이념이 곧 거선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2기체제가 순탄할 수 만은 없다.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로 통신시장이 KT와 SK텔레콤 양강 체제로 재편됨에 따라, 지금과는 전혀 다른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유선통신시장의 절대강자였지만, 앞으론 유ㆍ무선 양 날개를 거함 SK텔레콤과 혈투를 벌여야만 한다. 남 사장 자신이 유ㆍ무선 CEO를 모두 경험한 인물이긴 하나, 새로운 시장환경에서 특유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발휘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한편 KT는 이날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인터넷전화, IPTV, 와이브로, 국민로봇 등 신사업부문과 미디어본부를 강화하고 신속한 고객 대응을 위해 기존 9부문 12실 28본부를 8부문 12실 25본부로 줄이고 4개 태스크포스팀을 신설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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