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정몽준 의원의 이명박 후보 지지 선언은 이 후보 대세론에 더욱 힘을 싣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 의원이 비록 필마단기(匹馬單騎)이긴 하지만 그의 정치 이력을 보면 천군만마(千軍萬馬)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은 BBK 검찰 수사 발표가 임박한 미묘한 시점이다. 물론 이 후보에게 유리한 수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정 의원의 이 후보 지지선언은 동요하는 지지층에게 ‘확실히 별 것 없다’는 메시지를 던져 주는 효과가 있다. 정 의원은 5년 전만 해도 중도 보수층을 기반으로 해 3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인 적이 있다.
많이 줄었다지만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 후보의 측근 정두언 의원은 “선거 막판 계속 늘고 있는 부동층 표를 흡수하고 대세를 굳히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울산에서의 지지표도 현실적인 힘이다. 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영남지역에 비해 부산ㆍ울산 지역에서 고전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정 의원의 지지 선언은 이 후보와 현대가(家)의 결별을 둘러싼 세간의 여러 갈등설과 의혹을 불식시키는 효과도 있다. 한때 현대가의 양자였던 이 후보와 정 의원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로 일컬어져 왔다.
특히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1년 국민당을 창당하면서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이 후보가 정 명예회장이 아닌 김영삼 전 대통령을 선택하면서 이 후보와 정 의원 사이는 결정적으로 멀어졌다. 이후 두 사람은 한번도 사적인 자리를 갖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정 의원이 지난 한나라당 경선전에서 이 후보의 경쟁자이자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인 박근혜 전 대표를 지원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고, 정 의원이 이 후보에 대한 X파일을 들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이날 정 의원의 지지 선언으로 이 후보의 대세론에 힘을 실어 주는 동시에 과거의 악연까지 털어내는 일석이조(一石二鳥)를 안겼다.
하지만 정 의원의 한나라당 착근 여부는 아직은 미지수다. 정 의원은 88년 정치입문 이래 한나라당과 그 전신 정당과의 인연이 깊지 못했다. 90년 민자당에 입당해 1년여 머문 게 고작이다. 오히려 2002년 대선에서는 막판에 돌아서긴 했지만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 줌으로써 한나라당의 집권을 가로막은 악연도 있다.
정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6선에 성공한다면 한나라당 중진 의원으로서 큰 그림을 그리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 때문에라도 정 의원에 대한 한나라당 내부 견제가 만만찮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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