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간첩 혐의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의 조사를 받다 숨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위청룡(당시 46세)씨 ‘간첩 조작 사망 의혹’사건에 대해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가 “간첩이 아니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3일 “위씨의 1950년 월남 전후 남북에서의 활동과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의 위씨 검찰국장 임명 및 중정 조사 과정 등을 살펴본 결과 위씨가 간첩 활동을 한 증거나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최근 열린 60차 전원위원회에서 ‘위씨는 북한의 남파 간첩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위씨가 1961년 12월24일 중정 조사 도중 숨지자 국가최고재건회의는 17일 뒤인 1962년 1월10일 “위씨는 북한 조선노동당에 가입해 검사로 활동하다 간첩 교육을 받고 월남했다”며 “북한 간첩과 10여 차례 접선해 공작금을 받고 부역자나 간첩을 관대하게 처리한 죄상이 드러나자 극형이 두려워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법무부 고위 간부였던 위씨가 정식 수사나 재판 절차도 없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뒤 간첩으로 발표되자 “위씨가 중정의 수사 지휘에 번번히 승복하지 않자 간첩으로 몰아 고문 끝에 죽였다”“군사쿠데타 이후 군부 내 영남 파벌과 기존 서북 파벌(평안도 출신 월남 군인맥) 싸움에 희생됐다”는 등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검찰은 물론 유족들도 군사 정권의 위압에 숨을 죽여 46년간 철저히 잊혀진 사건이 됐다.
진실화해위는 위씨가 ▦민족계열인 조만식(曺晩植ㆍ1883~1950)선생과 함께 1945년 평안남도 조선건국준비위원회 예비 각료로 활동한 점, ▦위씨의 도움으로 북한 감옥에서 탈출해 월남한 김모(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변호사의 생전 회고, ▦위씨의 간첩 혐의를 확인할 증거가 없고 숨진 뒤 17일 뒤에야 간첩으로 발표된 점 등을 들어 “위씨는 북한 조선노동당과 관련이 없는 민족주의자”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진실화해위는 위씨에게 간첩 혐의를 씌운 주체와 목적, 위씨가 고문을 받다 숨졌는지 자살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결론을 유보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관련 기록 등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당시 중정 관계자 등도 대부분 사망했다”며 “간첩이 아니었던 정황은 확인되지만 누가 왜 무슨 이유로 간첩으로 몰아 사망케 했는지 의혹만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
● 위청룡은
위씨는 1915년 평북 평원군에서 태어나 경성법률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일본 유학 중이던 1943년 조선변호사시험에 합격해 평양에서 활동했으며, 치안유지법 위반 사범 등 독립투사 변호에 힘썼다. 진실화해위의 조사도 당시 도움을 받은 독립지사의 아들이 요청했다. 해방후 조만식 등 민족주의자와 활동했으며, 1961년 법무부 검찰국장이 됐다.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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