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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딱딱한 구호 버리고 "부드러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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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딱딱한 구호 버리고 "부드러운 전쟁"

입력
2007.12.0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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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은 '감성 선거'다. 딱딱하고 살벌한 정치구호보다는 부드러운 유머를 하거나 시민들과 포옹하는 후보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정치 혐오증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벽을 낮춰 보자는 시도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 유세의 기본 컨셉은 '놀러 가자'. '놀고 즐기고 참여하는' 유세를 추구한다.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하이톤의 딱딱한 연설이 아니라 바로 옆에서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 후보가 연설 도중에 이곳저곳 청중을 바라보며 "잘 들리시지요, 여러분 이명박 지지하시지요"라고 묻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오을 유세지원단장은 "유세 과정에서 자연스런 스킨십이 백마디 말보다 낫다. 기왕이면 로고송에 맞춰 후보가 능숙하지는 않더라도 흥겨워 춤추는 것이 좋다. 다들 이 후보 이미지가 한결 편안해졌다고들 한다"고 말한다.

권 단장은 "이 후보가 하루에 한 건만이라도 연단 아래로 내려가 젊은 지지자들과 춤을 추는 모습이 나온다면 성공이다"고 말했다. 엉거주춤하고 어리둥절한 이 후보의 모습을 오히려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대쪽' '귀족' 이미지를 깨는 파격적 행보로 감성을 자극한다. 작은 키 등을 소재로 한 '자기 비하형 유머'가 대표적. "나는 꼴찌에 돈도 없다" 같은 발언으로 스스로를 낮추는 경우도 많다. 감성 마케팅에서 진 2002년 대선의 학습 효과다.

2일 분당 서현역 유세에서 여고생들이 "사랑해요"라고 외치자 이 후보는 두 팔로 머리 위에 하트 모양을 그리며 화답했다. 지난 달 부산의 한 장애인 재활원을 방문했을 땐 지체장애아 20여명을 일일이 안고 쓰다듬어 주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안아주세요' 캠페인은 이번 대선 유세의 히트작 중 하나다. 정 후보 측은 "유세 초반 서울 신촌과 홍익대 등 젊은 층 밀집 지역에서 호응을 얻자 다른 지역에서도 유권자들이 서로 안아 달라는 요구가 쇄도한다"며 "정 후보가 하루 평균 700∼800명을 안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세장에서 정청래 의원은 마이크를 잡고 정 후보의 각종 로그송에 맞춰 춤을 추다 가장 참여에 적극적인 여성을 지목해 정 후보와 포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정 후보가 연단에 등장, '안아주세요'를 하면 지역 야유회에 온 것처럼 웃고 떠드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신당 측이 유세 풍경을 바꾼 것은 '가족행복시대'컨셉에 어울리는 데다 정치 논쟁에서 수세적일 수밖에 없는 여권 후보의 딜레마를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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