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좇아 낯선 땅을 마다하지 않은 용병들. 코트 안에서는 ‘용병’으로, 코트 밖에서는 ‘이방인’인 용병들의 한국생활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몇 게임 내에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곧바로 보따리를 싸야 한다. 아파서도 안 된다. ‘부상=퇴출’이다.
그렇다고 해서 용병들의 생활이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용병들은 갈 때 가더라도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씩씩하게 지낸다. 올 시즌 한국프로농구(KBL)에서 뛰고 있는 용병은 모두 20명.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무대에서 뛰고 있는 용병들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봤다.
월급은 2,300만원, 옵션은 천차만별
용병 선발방식이 자유선발에서 드래프트로 바뀌면서 KBL은 용병들의 월급 상한선을 2만5,000달러(약 2,300만원)로 정했다. 하지만 월급이 전부가 아니다. 각 구단은 용병과 계약할 때 옵션을 넣는다.
옵션 내용은 구단에 따라 다르지만 승리수당은 기본이다. 가령 A구단의 경우 라운드별 승률이 5할을 넘을 경우 200만~300만원의 특별수당을 지급한다. B구단은 이보다 더 많은 보너스를 주기도 한다. C구단은 팀 승률과 상관없이 매 경기 옵션을 걸고 있다.
이태원은 놀이터
이태원의 나이트클럽이나 라이브바는 용병들의 놀이터다. 용병들은 이태원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이국생활의 외로움도 달래고 정보도 교환한다. 일부 용병들은 이태원에서 한국 연예인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실력이 출중한 용병들 중 연예인들과 친분을 쌓는 친구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SK와 동부는 쉬는 날 용병들에게 서울의 특급호텔 숙박권(1박2일)을 제공한다. 용병들은 호텔에서 근사한 하룻밤을 보낸 뒤 이튿날 이태원으로 쇼핑을 간다.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 동부 오코사와 KCC 크럼프는 이태원에서 만나면 밤새 이야기 꽃을 피운다.
MP 3, DVD는 생필품
용병들의 가방을 열면 MP 3 플레이어나 DVD 플레이어를 쉽게 볼 수 있다. KT&G 커밍스는 경기 당일 연습 때도 귀에서 MP 3 플레이어를 떼지 않는다. KCC 로빈슨은 DVD 수집광이다. 요즘 로빈슨은 길거리에서 파는 ‘짝퉁’ DVD를 모으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동부 딕슨과 크럼프는 게임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딕슨은 플레이스테이션 2의 농구게임, 크럼프는 미식축구가 ‘전공과목’이다. KT&G 챈들러, SK 스미스도 게임이라면 남부럽지 않은 고수들이다.
가족은 나의 힘
용병들은 시즌 중 한두 차례는 가족들을 한국으로 초청한다. 왕복 항공료와 한국에서의 체제비는 구단에서 부담한다. 기혼자들은 아예 가족들을 데리고 한국에 온다. 커밍스, 챈들러는 안양 시내 오피스텔에서 가족과 함께 지낸다. 모비스는 다른 구단의 용병들에게 ‘물’ 들 것을 우려해 이태원과 멀리 떨어진 수원 영통지구에 숙소를 잡아줬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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