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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대선, '일정 선점' 피말리는 정보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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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대선, '일정 선점' 피말리는 정보戰

입력
2007.12.0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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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 일정을 보면 대선후보의 전략을 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캠프는 상대보다 좋은 일정을 잡기 위해 늘 신경을 쓴다. 특히 상대 후보의 동선을 미리 파악해 몇 시간이나 하루 이틀 전 앞서서 훑는 수법도 곧잘 등장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당초 29일 여의도 증권거래소를 찾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후보측은 28일 갑자기 일정을 취소했다. 이날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여의도의 한 증권회사를 방문해 자칫 따라 한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어서다. 이명박 후보 측 관계자는 "우리 일정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억울해 했다.

간발의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28일 저녁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다 숨진 고 최태순 소방관의 빈소를 찾기로 했다. 다른 후보들의 방문은 예정돼 있지 않았다. 그런데 정 후보가 빈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이명박 후보가 다녀간 상태였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오후까지만 해도 우리만 가는 줄 알았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7일 0시에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동대문 쇼핑센터(이명박), 노량진 수산시장(이회창), 여수(정동영)를 찾은 것도 상대 후보에 대한 견제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후보 일정 담당자들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라고 입을 모은다.

● 이명박 "신용 대사면""고리사채 소액 이용자 300만명 은행대출 전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29일 서울 여의도 유세와 명동 신용회복위원회 방문 등을 통해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이 후보는 700만명에 이르는 금융소외자에 대한 신용대사면 공약도 발표했다. ‘경제 살리기’를 키워드로 하는 행보를 통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 든 것이다.

이 후보는 금융의 메카인 여의도 유세에서 “여러분의 절대적 지지로 정권 교체를 하겠다고 약속한다”며 “하늘이 두쪽 나도 경제를 살려 젊은이와 50, 60대 분들께도 희망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만을 생각했다”며 “상인들은 장사가 잘되고 직장인들은 안정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표심을 자극했다.

이 후보는 “제대로 나라를 경영하지 못해 국민의 원성을 받으면 물러날 줄 아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이 정권이 5년 더 하겠다는 것을 용서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5년 간 이 정권은 일할 줄도 모르고, 경험도 없고,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중산층이 무너지고 세금은 올라갔으며 나라 빚은 태산같이 많아졌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또 “지난 5년 간 대통령이 국민을 모신 것이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 하나를 걱정하고 지내 왔다”며 “불안해서 무슨 일을 할지, 북한 가서 무슨 약속을 하고 뭘 퍼주고 올지 늘 불안해 하고 걱정했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는 “다음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걱정하고 온몸을 던져 헌신하고 봉사할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이 후보는 신용회복위원회를 방문, 신용대사면 공약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고리사채 이용자 중 300만명에 달하는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증해 은행대출로 전환, 이자부담을 줄여 주기로 했다.

또 과거 신용불량자로 지정돼 은행대출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 대출을 정상화하는 한편, 현재 신불자에 대해서는 취업을 알선해 주기로 했다. 이 후보는 “고리사채 이용자의 은행대출 전환에 따른 소요비용은 5조~7조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 후보는 주부들의 가사노동 가치를 최대 월 120만원까지 인정해 이혼과 상속ㆍ증여 등에 반영되도록 하는 내용 등 양성평등 실현을 목표로 한 여성공약도 내놓았다.

● 이회창 "대북정책 바꿔""남북정상회담 실패… 정권교체는 나를 중심으로"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29일 "2차 남북정상회담은 핵 폐기 논의도 제대로 못한 실패한 회담"이라며 "참여정부가 회담 이후 다음 정부가 대북 정책을 바꿀 수 없도록 대못을 박으려 하지만 (집권하면) 대못을 빼서 다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이 같이 밝히고, 자신의 대북관이 강경 보수라는 지적에 대해 "햇볕정책을 폐기하자, 그래서 북핵을 폐기하자는 주장이 강경 보수라 하면 핵을 만들자는 게 온건이냐"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가 말하는 비핵화는 핵 시설과 물질을 완전 폐기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핵 불능화 정도로 북핵 문제를 종결하겠다고 하면 국익을 위해 반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북한이 주적이냐는 질문엔 "적대 관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선 "영토 한계를 물 위까지 연장한 것으로, 영토선 개념"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이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이명박 후보 중심의 정권 교체는 제대로 된 정권 교체가 아니다.

나를 중심으로 결집해 새 시대를 열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도 "지금은 무소속으로 가지만 비좌파 세력 또는 자유 세력이 연합해 가는 길이 될 것이 될 것이고, 거기엔 한나라당도 포함될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그는 "지금 내게 네거티브 공격을 가하는 한나라당 사람들이 언젠가는 진실을 이해하고 화합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 대선 불법 자금 수사와 관련, 이 후보는 "조사를 받을 만큼 받았고, 직접 관여했던 사람들이 개인적 착복을 해 무거운 법적 책임을 졌다"면서 "대선 잔금이 있다면 이렇게 돈이 없어서 고생을 하겠느냐"고 했다.

그는 이어 "편향된 이념으로 편을 가르고 대립과 갈등을 조장한 것은 잘못이고, 총리에게 일정 역할을 분담시킨 것은 잘 한 것"이라고 참여정부 공과를 평가했다. 참여정부 취재 선진화 방안에 대해선 "그런 대못은 빼기가 쉽다"고 했고, 전직 대통령들의 최근 대선 관련 발언에 대해 "이제는 점잖게 계셨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어 서울 중구 충무로의 한 인쇄공장을 방문, 중소기업 육성 방안을 소개하는 등 경제 행보를 이어갔다.

● 정동영 "효자 대통령"老心공략 "기초노령연금 2012년까지 2배 인상"

"이번 선거는 세 사람 중 한 명을 뽑아야 하는 선거다. 이리보고 저리 보아도 탈세 안 하고, 군대 갔다 오고, 젊고 역동적인 사람은 정동영밖에 없지 않느냐. 아침 출근길에 종종걸음 재촉하고, 퇴근길 차가운 밤 거리에서 버스 기다리며 발 구르는 시민들 표정 보면서 청와대 출ㆍ퇴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29일 여의도에서 출근길 유세를 시작으로 이번 대선 최대의 승부처인 서울 공략에 나섰다.

정 후보는 직장인들로 붐비는 여의도역에서 "대한민국 최고경영자(CEO)를 누구로 뽑느냐에 따라 앞으로 5년 여러분 가족의 행복이 좌우된다"며 "모든 국민을 대통령 자문역으로 모시고 삶의 현장을 청와대 집무실로 여기겠다. 교육 일자리 노후 주거 등 4대 불안을 해결하는, 헌법 정신에 충실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오후 신촌 유세에서 국가가 청년실업 탈출을 제도적,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0청년 30만명 해외파견ㆍ글로벌 인재육성 프로젝트'를 가동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응암시장 4거리 거리유세에서는 "제가 당선되면 최초의 재래시장 출신 대통령이다. 저는 동대문평화시장 출신이다"며 "아들 딸 군대보내고 세금 꼬박꼬박 내고 착하게 살아 온 우리 국민들도 좋은 대통령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심(老心) 공략도 병행했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강서 노인종합복지회관을 방문, 어르신들을 잘 모시는 '효자 대통령'을 약속했다. 그는 노인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기초노령연금을 2012년까지 현행 8만3,000원에서 16만6,0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정 후보는 "2004년 노인발언으로 몰매를 맞았지만 약이 됐다. 어르신들의 노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저한테 시련이자 사명을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 정조가 노인들에게 잔치를 베풀었던 '기로연'을 소개하며 "90세, 100세 어르신들을 위한 기로연을 다시 살려 효문화 정착에 앞장서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정 후보는 앞서 롯데호텔에서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불투명한 불법 거래에 익숙한 대통령이 취임하면 국가신인도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냥했다.

■ 오늘의 유세

이명박

▦ 오전 11시 여성정책토론 ▦오후 3시50분 제주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홍보관 방문 ▦5시10분 제주 유세 ▦ 7시50분 경남 김해 순방(홈플러스)

이회창

▦ 오후 1시20분 미야찾기시민단체 방문(청량리동) ▦2시 청량리역 유세 ▦2시40분 종묘 유세

정동영

▦오전 7시50분 연신내역 유세 ▦낮 12시 KBS여성정책토론회 ▦오후 1시50분 무역센터방문 ▦3시30분 노원역 유세 ▦5시 미아사거리 현대백화점앞 유세 ▦7시 동대문 두타광장앞 유세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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