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전남 담양군 한 야산에서 고교생 송모(16)군이 나무에 목을 맨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인터넷트에서 별 생각 없이 소설을 내려 받은 그에게 경찰이 “저작권법 위반 고소장이 접수됐으니 출석하라”고 했고, 이를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출판사를 대행한 법무법인에서 수 십 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한데다 부모님께 꾸중까지 듣자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청소년이 저작권 고소 ‘목표’
파일공유(P2P) 사이트나 인터넷카페 등에 저작권이 있는 영화 소설 등을 올리거나 내려 받아 불법 파일공유를 한 청소년 네티즌들이 ‘고소 공포증’에 떨고 있다.
서울 구로경찰서와 서초경찰서에만 최근 들어 한달 평균 각각 500건, 300건의 저작권 관련 고소가 접수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고소인의 70~80%가 미성년자들인데, 이들을 상대로 지나치게 고소를 남발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로부터 위탁을 받은 법무법인 등은 보통 일반 성인 100만원, 대학생 80만원, 중고교생 60만원 등 합의금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경찰 등에 고소하고 있다.
문제는 무심코 저작권법을 위반한 청소년들에게까지 합의금 종용과 고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파일 공유ㆍ음란물ㆍ저작권 단속 관련 네티즌 대책토론’ 등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는 “부모님께 말씀을 못드리겠다. 죽고 싶은 심정이다”는 내용의 글들이 적지 않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출판사와 법무법인이 서로 짜고 상습범도 아닌 청소년들을 상대로‘합의금 장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까지 터져 나온다.
최근에는 법무법인 아르바이트나 신고포상을 노린 이른바‘영파라치’(영화와 파파라치의 합성어) 양성 학원까지 등장하고 있다. M학원 문모(59) 대표는 “신고 포상요원 양성 교습소가 전국에 20곳에 달한다”며 “불법 다운로드 전문 파파라치의 한달 수입이 많게는 700만원이 넘어 사람들이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화된 저작권 교육 시급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정식 발효되면 저작권 보호는 한층 강화된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20년 연장되고, 영리ㆍ상습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면 피해자의 고소ㆍ고발이 없어도 처벌이 가능해 진다. 저작권 전문 한 법무법인은 “저작권 침해로 관련 산업이 붕괴되는 상황인 만큼 저작권을 지키려는 정당하고도 당연한 업무 수행”이라고 잘라 말했다. 법무법인 지평의 이은우 변호사는 “저작권법 개정으로 당사자가 문제 삼지 않은 것도 처벌이 가능하게 돼 대리 고발단체나 법인이 양성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학교 등에서 저작권법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도 저작권과 관련한 과도한 합의금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문화관광부 저작권산업팀 윤태욱(31) 사무관은 “청소년과 영리 목적이 아닌 초범은 바로 고소고발 하지 않고 저작권법 교육을 받은 뒤 기소유예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를 실시하는 방안을 법무부 등과 논의하고 있다”며 “이르면 내달 중 서울지역부터 시범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박유민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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