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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꼭 이겨야 할 큰판은 반드시 잡는다" '알토란' 이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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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꼭 이겨야 할 큰판은 반드시 잡는다" '알토란' 이세돌

입력
2007.12.0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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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병법의 고전인 위기십결 중에 ‘사소취대(捨小取大)’라는 말이 있다.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는 뜻으로, 비단 바둑 뿐 아니라 인생사 전반에 걸쳐 두루 쓰이는 생활의 교훈이기도 하다. 요즘 말로 하면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올 한 해는 그야말로 이세돌의 해였다. 연초 도요타덴소배에서부터 TV아시아선수권을 거쳐 물가정보배를 상반기 중에 품에 안았고 하반기 들어서는 국내 최대 타이틀인 명인을 손아귀에 거머쥐었다. 거기에 더해 GS칼텍스배와 국수전, LG배와 삼성화재배까지 알토란 같은 국내외 기전 결승전에 모두 명함을 내밀고 있다.

28일 현재 이세돌의 성적은 79승 19패, 승률 81%다. 이 자체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승패의 내용이다. 사실 승률 80%라면 열 판 중 여덟판을 이긴다는 말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열 판 중 두 판은 진다는 뜻이기도 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동안 이세돌의 승부 내역을 살펴 보면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꼭 이겨야 할 바둑은 반드시 이긴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이후 이세돌은 19승 7패를 기록했다. 연 평균 승률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그러나 그 내역을 살펴 보면 매우 놀랍다.

먼저 패배한 경기 일곱 판을 보면 10월 3일 한국바둑리그(상대 백홍석), 11일 천원전 4강전(원성진), 14일 한국바둑리그(루이나이웨이), 22일 KBS바둑왕전 본선(최철한), 27일 맥심커피배 16강전(박영훈), 11월16일 원익배 십단전(원성진), 17일 한국바둑리그(윤찬희) 등이다.

모두 다 당당한 본선 경기여서 사실 하나도 버릴 게 없지만 수학적인 확률상 열 판 가운데 두 판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입장인 이세돌로서는 그래도 이것들이 상대적으로 비중이 덜한 경기들이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중 승전보 목록을 보면 전부 다 알짜배기다. 국수전 준결승전부터 도전자 결승전을 거쳐 도전 1국까지 파죽의 4연승을 올렸고 명인전 도전기에서도 조한승에 3연승, 이어서 GS칼텍스배 도전기에서도 박영훈에 내리 두 판을 이겼다.

또 LG배서 8강전과 준결승전, 삼성화재배 준결승전 2판 등 그 동안 치렀던 큰 시합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조리 다 이겼다. 게다가 상반기 중 3승3패로 부진했던 중국 리그에서도 하반기에는 4연승을 달리고 있다. (중국 리그는 승리 수당이 한 판당 무려 1만달러다.)

정말 철저한 ‘사소취대’요, 놀라운 ‘선택과 집중’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이세돌의 ‘사소취대’가 과연 우연인지, 혹은 의도적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연치고는 너무나 공교롭다. 최근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세돌은 지난 달 중국 리그에서 구리를 이긴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3대 목표를 밝혔는데 첫째가 삼성화재배와 LG배 우승, 둘째가 국내 기전인 명인전ㆍ국수전ㆍGS칼텍스배 우승, 셋째는 자신이 속해 있는 꾸이저우커수팅팀의 중국 리그 우승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하반기 이후 이세돌의 반상 행로는 바로 이 같은 3대 목표를 향해 마치 정해진 길을 가듯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다. 이세돌은 다음 주 국수전(2일·도전 2국·상대 윤준상)과 GS칼텍스배(5일·도전 3국·박영훈)에서 다시 또 큰 승부가 예정돼 있다. 과연 이세돌의 ‘큰 승부 불패 신화’가 이번에도 재현될 지 궁금하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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