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49) 변호사가 검찰 특별수사ㆍ감찰본부(본부장 박한철 울산지검장)의 '제한적 수사' 선언에 버럭 화를 냈다. 한때 '수사 공정성'을 이유로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했던 그가 특수본부 수사 최소화에 반발하는 배경이 궁금하다.
김 변호사는 28일 오후 2시23분 특수본부 참고인 조사에 응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나오면서 기자들로부터 특수본부의 수사 최소화 결정을 전해 듣고는 "고발 사건에 대해 검찰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언성을 높였다. 김 변호사는 "(정말) 그런 거면 집에 가겠다"고 강하게 불만을 표시한 뒤 15층 특수본부 조사실로 향했다.
김 변호사는 왜 화를 냈을까. 우선, 한때 '떡값 검사'를 거론하며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했던 김 변호사가 직접 조사를 받은 뒤 특수본부의 수사 의지를 믿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변호사는 이날도 "어제 수사 끝날 때까지 지켜보려 했는데 검사들도 쉬어야 해서 잠깐 집에 다녀왔다"며 "제한 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협조하겠다"고 특수본부에 신뢰를 나타냈다.
함께 특수본부에 나온 김영희 변호사도 "특수본부 검사들이 수사할 의지가 있어 보인다"며 "수사에 대해 특수본부, 김 변호사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는 김 변호사가 특검 수사능력의 한계를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구성된 특수본부는 손꼽히는 특수수사통 검사 15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앞으로 구성될 특검은 특검 1명, 변호사인 특검보 3명, 파견검사 3명이 주축이다.
보통 특검의 성패는 '수사를 해 본' 파견검사의 능력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사 15명이 달라붙어서 할 일을 검사 3명을 갖고 해야 하니, 특검이 '의지'는 넘칠지 몰라도 '능력'에 부쳐 '삼성 면죄부 특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김영희 변호사는 "초동 수사가 매우 중요한 만큼 특수본부는 특검에 넘길 충분한 수사를 해야 한다"며 특수본부의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떡값검사' 명단 제출 여부와 관련, "이 사건은 검사 수사를 하는 사건이 아닌 만큼 떡값검사 명단은 수사 맨 마지막에 특수본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