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동유럽에 미사일방어(MD)체제를 구축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러시아와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21일 새로운 공식 제안을 내놓았다.
미국은 그 동안 체코에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고 폴란드에 요격 미사일을 배치하는 ‘동유럽 MD’ 구상을 러시아측에 설명하고 협상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문서의 형태로 된 제안을 러시아측에 전달하게 됐다.
공식 제안에는 ‘체코-레이더, 폴란드-요격 미사일’ 구상을 유지하되 유럽 및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의 방어를 위해 미ㆍ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MD 체제를 통합하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국은 폴란드 정부의 허가를 얻어 폴란드의 요격 미사일 기지 활동을 감시할 러시아 전문가를 현장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은 이란이 유럽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했음이 명백해질 때까지 폴란드에 대한 요격 미사일 실전배치를 늦추겠다는 내용도 공식 제안에 포함시켰다.
러시아측은 일단 요격 미사일의 실전배치 연기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측은 미측의 공식 제안과 그에 따른 구체적 조치들을 구속력 있는 양국 조약 형태로 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미측은 러측 요구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동안 러시아측은 “미측은 동유럽 MD가 이란의 미사일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러시아 미사일의 핵 억지력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측의 구상에 맞서 아제르바이잔에 있는 러시아군의 미사일 기지를 공동으로 사용하자는 역제안을 하기도 했었다. 최근에는 푸틴 대통령이 유럽과의 유럽재래식무기감축협정(CFE) 이행 중단을 선언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그것이 미측의 동유럽 MD에 대한 자구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미측은 동유럽 MD에 대한 공식 제안과 함께 재래식무기 감축협정을 되살리기 위한 제안도 함께 러시아측에 전달했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측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은 27일부터 미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서 열리는 중동평화회의에 앞서 26일 워싱턴에서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이 같은 제안을 바탕으로 냉전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미러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협상을 할 예정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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