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연일 급락하면서 코스피지수 1,800이 무너지고, 금리 상승과 함께 원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이러한 시장 불안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해외투자자금 유출과 미국경제의 침체 위험성,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등 비관적 경제 전망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심각하다. 내년 경제는 지뢰밭을 통과하는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이 펼쳐질 개연성이 높다.
금융 불안의 진원지는 역시 미국이다. 3월에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의 불씨가 여전히 꺼지지 않은 채 금융시장의 목을 죄고 있다. 미국 달러가치를 추락시키고, 실물경제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달러 기피 현상은 실물 자산인 석유와 국제 원자재값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려 국제유가가 배럴 당 100 달러를 넘실대고 있다.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는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고, 경기 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과열로 치닫고 있는 중국경제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산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5%로 10년 내 가장 높았다.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제 중국정부는 신규 투자를 억제하는 긴축정책을 내놓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일본의 해외투자 자금을 뜻하는 엔 캐리 자금의 청산(회수) 움직임도 금융시장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국내에 유입된 엔화자금이 빠져나가고, 엔화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엔화대출을 받는 중소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이처럼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몰려드는 대외 악재의 최대 희생자가 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정부를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의 비상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나라의 관심이 대선에만 쏠려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 대선 광풍에 휘말려 위기가 턱밑에 다가온 것도 깨닫지 못했던 10년 전 외환위기의 악몽이 새삼 떠오른다. 그때처럼 정부가 경계경보를 울리기보다는 지켜보자는 식의 낙관론을 펴는 모습도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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