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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이대' 작가 하근찬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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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이대' 작가 하근찬씨 별세…

입력
2007.12.03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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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이대’의 소설가 하근찬씨가 25일 밤 9시30분 경기 안양시 평촌 한림대 성심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6세.

고인은 1931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부친이 전북 전주로 전근하면서 학창 시절을 이곳에서 보냈다. 48년 전주사범학교 졸업 후 53년까지 고향 영천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군 복무를 마치고 부산 동아대 토목공학과에 입학했다.

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수난이대’가 당선되면서 등단한 하씨는 학교를 중퇴하고 서울로 올라와 교육계에서 발행하는 신문ㆍ잡지사에 근무하며 작품을 발표했다.

생계에 쫓겨 작품 활동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그는 70년부터 전업 작가가 돼서 창작에 전념했다. 창작집 <수난이대> (1971), <일본도> (1972), <달섬 이야기> (1973), <서울 개구리> (1975), <흰종이 수염> (1976)과 장편 <야호> (1976), <월례소전> (1977), <산에들에> (1981), <작은 용> (1989) 등을 출간했고, 한국문학상(1970), 조연현문학상(1983), 요산문학상(1984), 유주현문학상(1989), 보관문화훈장(1998) 등을 받았다.

고인은 일제 말엽 태평양전쟁과 6ㆍ25전쟁을 평생의 문학 소재로 삼아왔다. 생전의 그는 “태평양전쟁의 양상은 어린 눈으로 조금은 봤고, 6ㆍ25의 수난은 직접 겪었다.

부친이 교장으로 계시다가 공산당에게 학살 당하기도 했다”면서 “전쟁과 직접적으로 책임 닿지 않는 사람들의 희생이 안타까웠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초기엔 전쟁의 비인간성과 참혹함을 강도 높게 고발하는 작풍을 보이다가, <야호> 이후 후기 작품에선 어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 회상에 방점을 찍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돼 있기도 한 대표작 ‘수난이대’는 태평양전쟁 때 징용됐다가 팔을 다친 아버지가 6ㆍ25전쟁 때 다리 부상을 입은 아들을 업고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또다른 대표작으로 요강을 뜻하는 제목의 장편 <야호(夜壺)> 는 1970~72년 잡지에 연재한 작품으로 두 전쟁으로 인해 평범했던 한 여성이 겪게 된 비극적 수난을 그렸다. 정신대에 징집되는 바람에 애인과 헤어져 이웃마을로 시집간 ‘갑례’는 남편이 징용에 끌려가 10여 년간 독수공방한다.

결국 옛 애인의 오랜 구애를 받아들이려는 찰나 6ㆍ25전쟁에 인민군으로 참전했다가 남한에서 포로 석방된 남편이 나타난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씨는 “하근찬씨의 작품은 분단문제를 중시하되, 이데올로기나 사념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적 차원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의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잡문’ 쓰기나 외출을 가급적 삼가고 소설 창작에 전념하는 생활 태도를 견지해 왔다. 부인이 꾸려온 생계에 보탬을 주려 가끔 잡문을 쓸 땐, 소설을 쓰는 세로 원고지 대신 가로 원고지에 썼다는 일화도 전해온다. ‘타고난 외골수’ ‘작품에서나 실제에 있어서나 말을 아끼는 작가’ 등이 언론에서 그를 소개할 때 쓰던 수식어다. 그의 유일한 산문집 <내 안에 내가 있다> (1997)는 한평생 ‘전쟁 이야기’를 천착해온 결벽한 작가의 인생 역정을 엿볼 수 있는 자료다.

고인은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혈육간의 애증사를 그린 장편 <검은 자화상> (1991), 역사소설 <금병매> (1992), <제국의 칼> (1995) 이후엔 건강 악화 등으로 별다른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해왔다. 유족으론 부인 이종순(75)씨, 장남 승일(51ㆍ재미 사업가), 장녀 승희(43ㆍ주부), 차남 승윤(37ㆍ학원 강사)씨가 있다. 빈소는 평촌 한림대 성심병원, 발인은 28일 오전 11시. (031)384-1248.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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