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58)씨는 2003년부터 알고 지낸 김모(53ㆍ여)씨에게 골프를 가르쳐주며 호감을 산 뒤, 평소 알고 지내던 서모(도주)씨를 김씨에게 소개해주고 몇 차례 같이 골프를 쳤다. 이씨는 2004년 5월 김씨에게 “돈을 잃으면 내가 대신 골프를 쳐서 따주겠다”며 서씨와 내기 골프를 칠 것을 권했다.
김씨는 이후 2년3개월 동안 서씨에게 20억원을 잃었고, 이씨는 김씨 몰래 서씨가 딴 돈 중 수억원을 받았다. 이씨는 심지어 지난해 8월에는 김씨에게 “10억원을 주면 서씨와 골프를 쳐서 잃은 돈을 따오겠다”며 9억8,000만원을 받은 뒤 이를 서씨와 나누어 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용석)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골프 실력이 부족한 피해자가 거액을 잃고 이성을 잃자, 돈을 되찾아주겠다며 다시 돈을 받아 가로채는 등 죄질이 좋지 않아 실형을 선고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도 도박 권유에 휘말려 큰돈을 잃은 후에도 이를 만회할 욕심으로 또 다시 피고인에게 돈을 건네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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