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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순 홍콩우리투자은행 대표/ 글로벌 IB의 격전장서 '겸손함으로 한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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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순 홍콩우리투자은행 대표/ 글로벌 IB의 격전장서 '겸손함으로 한판승'

입력
2007.12.0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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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구멍가게다. 젓가락을 함부로 대지 않는다." 무슨 대단한 자랑거리라고 거침이 없다. 따져보면 뽐내고 과시할만한 성과도 많아 허장성세라도 부려볼 법한데 꾹 눌러 담은 밥공기 마냥 말의 맵시가 무겁고 실하다.

현상순 홍콩우리투자은행 대표의 얘기를 바다 건너 전화 수화기를 통해 듣고 있으면 의외의 차분함이 느껴진다.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에서 말만 많지 '문맹률'은 여전히 높은 투자은행(IB)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금융 중심지 홍콩으로 날아간 지 1년 만에 놀라운 영업이익을 달성한 수장이라고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홍콩우리투자은행(자본금 5,000만 달러)은 우리은행 자회사로 지난해 9월 홍콩 금융감독 당국의 영업인가를 얻고, 10월1일부터 IB 영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190만6,000달러였던 영업이익은 올해 2,000만 달러(예상치)로 급증했고, 13명이던 인적자원도 41명(현지채용 33명)으로 늘었다. 홍콩 진출 국내 IB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경쟁력은 겸손함이었다. '나를 아는 것'(知己)이 병법의 기초이듯 IB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시절부터 IB업무에 몸담았던 현 대표는 누구보다 국내 IB의 현주소를 제대로 알고 있다.

그는 "글로벌 IB가 곳곳에 포진한 홍콩에서 우리은행이라는 브랜드는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했다"며 "모든 IB분야에 젓가락을 던질 생각은 접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기업금융(CF) 등 경쟁력이 있고 위험관리가 가능한 분야부터 착실히 공략했다"고 말했다. 충분한 준비기간(3년)과 최고경영진도 일관된 지원도 힘이 됐다.

올 6월 홍콩우리투자은행은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공룡'을 제치고 중국 쉔젠(深)항공의 개발프로젝트(2억달러 규모) 주간사로 선정됐다. 그 과정엔 현 대표의 경영전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수량에서 밀린 싸움(특히 씨티은행은 쉔젠항공의 주거래은행이었다)을 현 대표는 끈기와 성실로 이겨냈다. 그는 "경쟁은행이 최소 수주일 걸린 제안서를 우리는 직원 4명이 밤샘작업을 벌여 3일만에 끝내 제출했고, 이후에도 직원들이 중국 쉔젠 본사와 홍콩 사무실로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고 했다. 중국 기업환경 변화를 꼼꼼히 점검한 것도 한몫 했다.

'적을 아는 것'(知彼)도 무시할 수 없는 전략. 홍콩우리투자은행은 홍콩의 금융심장부 퀸즈 거리 청공 센터에 요란하게 사무실을 냈다. 골드만삭스, 도이치방크, ABN암로 등 선진 IB가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현 대표는 "성대한 개점식 덕분에 전세계 IB업계에 이름을 알렸고 거래처 발굴에도 도움이 됐다"면서 "글로벌 금융회사가 이웃에 있다 보니 선진 시스템도 배우고 사업 기회와 정보도 많이 얻게 된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IB의 성과시스템을 도입해 유능한 현지 직원들을 채용하고 이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활용하고 있다.

사업영역도 차근차근 넓히고 있다. 내년에는 한국과 중국기업을 상대로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분야로 진출할 계획이고, 외환이나 채권 파생상품 거래도 기초를 다지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IB의 성장 가능성을 믿는다. 그는 "우리는 경쟁에 강하고 적응도 빠른 민족"이라며 "정보통신(IT)이나 전자처럼 IB 등 금융산업도 개방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격전의 장인 홍콩으로 좀 더 빨리 나왔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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