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 착수 이후 수사상황에 대해 줄곧 모르쇠로 일관하던 검찰이 "해외계좌 추적이나 주요 참고인의 해외 체류로 수사가 어렵다"고 밝혀 발언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검사는 28일 브리핑에서 "해외에 개설된 계좌는 우리 사법권이 미치지 못해 추적이 어렵고 사법공조로 이를 해결하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사법공조는 추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차장검사는 또 "수사에 도움이 되는 참고인들이 개인사정으로 못 나오는 경우도 있고, 진실 규명에 필요한 일부 참고인은 해외에 있어 (수사의)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해외계좌 추적이나 참고인 조사에 관한 기자들 질문에 "열심히 하고 있고 그 외에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던 것과는 온도차이가 있다.
전 BBK 대표 김경준(41ㆍ구속)씨에 대해 내달 5일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연루 여부 의혹까지 밝히기로 잠정 방침을 정한 검찰로서는 기소 시점까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아 시간에 쫓길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의혹의 한 축인 이 후보가 검찰에 출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렇다고 김씨의 진술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 차장검사의 '수사 난항'발언은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필요한 소환조사, 계좌추적 작업 등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에둘러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 진행 속도 등을 감안할 때 김씨 기소 시점까지 명쾌한 수사결과를 내놓기가 힘들다고 판단, 분위기를 미리 띄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관측에 대해 김 차장검사는 "한참 수사가 진행 중이니 지켜봐 달라"고 짧게 답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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