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에 남다른 수완을 발휘했던 경제학자 케인즈는 증시를 미인대회로 비유했다. 미인대회에서 가장 미모가 뛰어난 여성이 왕관을 쓰는 게 아니라 가장 인기 있는 여성이 최고의 미인으로 뽑히는 것처럼, 주식시장도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주식이 뜬다는 의미다. 케인즈의 말대로라면 주식시장의 미인은 한번 오를 땐 '화끈하게' 시세를 분출하는 성장주들이다.
이에 반해 수년동안 진흙 속에 파묻혀 있으면서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다가 때를 만나면 그 빛을 내 뿜는 진주 같은 주식들이 있다. 이런 주식을 가치주라고 한다.
직접 투자자들에게 가치주와 성장주 중 뭘 골라 투자해야 하는지는 영원한 화두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성장주는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만큼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고, 가치주는 수년동안 기다려야 하는 터라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
펀드 투자자들이라고 이런 고민이 없진 않다. 직접 투자보다는 덜하겠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펀드가 출시돼 있다 보니 성장주와 가치주 펀드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할 지 난감할 수 밖에 없다.
일단 수익률 면에서 보면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가치주 펀드들이 성장주 펀드에 비해 더 좋은 수익률을 안겨줬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면서는 가치주들은 몰락의 길을 걸었고, 성장주들은 증시의 총아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11월 들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후폭풍으로 글로벌 증시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가치주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1개월 수익률(28일기준) 상위 15위 펀드 가운데 성장주 펀드는 KB스타업종대표 펀드 1개에 불과했다. 반면 가치주 편입 비중이 80%이상인 가치주 펀드는 5개, 성장주의 편입비중이 30~35% 가량인 혼합형 펀드는 9개에 달했다.
이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성장주와 가치주 펀드의 희비가 교차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펀드를 갈아타지 않는 한 '고통의 시간'은 있기 마련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국내 주식형 펀드를 가입할 때도 스타일별로 분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다만 연령이나 투자성향에 따라 투자비중은 조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면 20대 후반의 직장인이 100만원을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다면 70만원은 성장형에, 30만원은 가치형에 넣으라는 얘기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펀드애널리스트는 "하락장에서는 방어력이 뛰어난 배당주 및 가치주가 위력을 발휘하고, 상승장에서는 성장주가 시세를 분출하기 때문에 스타일별 분산투자는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스타일별로 분산투자를 하다 보면 환매하고 싶은 욕구도 줄어들어 장기투자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투자비중은 도식화 할 수 있는 공식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성향을 잘 분석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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