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수능 등급제 후폭풍… 느닷없는 사교육 시장 활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수능 등급제 후폭풍… 느닷없는 사교육 시장 활황

입력
2007.12.03 00:23
0 0

충남 S고교 3학년 A(18)군은 대입 수시모집 논술 준비를 위해 요즘 거액을 들여 서울 생활을 하고 있다. A군이 수강 등록한 서울 대치동 B논술학원의 6일간 수강비는 169만원. 학원 측이 주선한 호텔의 숙박비 72만원은 따로다.

용돈, 논술교재비 등을 포함하면 A군이 논술 준비를 위해 6일간 쓰는 돈은 250만원이 넘는다. 하루 40만원 가량을 논술 준비에 쏟아 붓고 있는 셈이다. A군은 “논술 준비에 돈도 많이 들고 몸도 피곤하다”면서도 “수능 등급제 도입으로 대학 진학이 불투명해진 마당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올해 수능시험 점수가 9개 등급만으로 제공됨에 따라 사교육시장이 예상치 못한 활황을 맞고 있다. 사교육 억제를 위해 도입한 수능 등급제가 교육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면서 오히려 사교육 열풍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당초 수능 등급제는 학생부 성적의 대입 전형 비중을 높이고 수능 비중을 낮춰 사교육 열풍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논술전문학원 최고 활황

논술전문학원은 수능 등급제의 최고 수혜자다. ‘논술 1번지’로 알려진 대치동 일대 전문학원의 경우 6일간 수강비가 평균 170만원 내외지만 수험생들이 몰려 빈 자리를 찾을 수 없다. 수시모집 논술을 수강 중인 고3 수험생 B(18)양은 “이번 수능은 로또나 다름 없다”며 “불안감 때문에 수시시험이 끝난 후에도 정시모집반에 등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형 입시학원의 논술강좌 수강생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지난해보다 최소 2배는 늘었다”며 “특히 고3 수험생의 학원 수강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논술 강좌수를 3배로 늘린 종로학원도 수강 인원이 5배 이상 증가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접수가 늦어 수강을 못하게 된 수험생 학부모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질 정도”라고 전했지만 한 학부모는 “교육부가 학원 좋은 일만 해준다”며 탄식했다.

논술교재 불티, 컨설팅도 대박

서점가에서도 대입 논술 교재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에 따르면 수능일(15일) 이후 1주일간의 논술교재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9배나 급증했다. 인터파크 청소년도서 담당 김태균 과장은 “수능 전보다 판매량이 3.1배 늘었다”며 “논술학원 수강생도 교재 판매량 만큼 늘었다고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대입 전형이 혼돈 속으로 빠짐에 따라 20만~50만원의 상담비를 받는 입시 컨설팅업체에도 수험생들이 몰리고 있다. 대부분 컨설팅 업체는 지난해보다 2~4배 가량 컨설팅 문의가 늘었다. 유웨이중앙교육의 이인자 마케팅 과장은 “상당 문의가 폭주해 상담 수험생 마감도 예년보다 훨씬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만~7만7,000원을 받는 온라인 컨설팅도 상담 신청이 지난해보다 2배 가량 늘었다. 수험생의 불안 심리를 겨냥해 상담 건당 100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불법 컨설팅업체도 덩달아 활개를 치고 있다.

등급제로 공교육은 실종

등급제에 따른 사교육 열풍은 공교육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학교 수업 때문에 학원 수강에 제약이 있는 고3 수험생들까지도 학원 논술강좌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ㆍ경기 지역의 경우 ‘오전 학교, 오후 학원’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 고3 교실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 고교 교사는 “등급제로 교사들마저 혼란을 겪고 있다”며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감안해 편의를 봐줄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방 학생들은 서울 유명 학원으로의 ‘차떼기’원정까지 하고 있다. 부산 B고교 상위권 학생들은 학교 측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서울 학원 수강에 나섰다. B고교 등 지방의 상당수 고교들은 서울 지역 학원 수강증이 있으면 출석 처리를 해주는 실정이다. 김천에서 상경한 고3 수험생 C(18)양은 “기말고사를 치른 후 바로 서울로 왔다”며 “학교는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김혜경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 4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