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 과제로 추진해온 혁신도시에 대해 감사원이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수도권 소재 170여 공공기관을 11개 지방도시로 이전하는 혁신도시 정책이 성공하려면 적정한 인구의 유입과 유기적인 산ㆍ학ㆍ연 클러스터 조성이 필수적인데, 구체적인 대책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지난 해 11~12월 실시한 감사 결과를 뒤늦게 공개한 배경이 석연치 않지만, 정부는 지금이라도 지적사항을 잘 살펴 일의 순서와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혁신도시가 정부 구상대로 교육ㆍ복지 등의 정주(定住) 여건과 연관 산ㆍ학ㆍ연 네트워크를 갖춘 자족도시가 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인구가 유입돼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정부가 이 구상을 내놓을 때 공공기관의 가족동반 이주율을 80~100%로 추정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한국토지공사 등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족 동반이주 의향을 가진 임직원은 공공기관에 따라 적게는 15%, 많아야 42%에 그쳤다.
또 혁신도시를 지역 거점도시로 육성하려면 공공기관 외에 연관 기업과 학교, 연구소 등을 유치해야 하는데 대부분 백지 상태이고 그나마 관련 연구용역을 준 곳도 대구 울산 전북 등 3개 시ㆍ도에 불과했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실시한 유관업체 이전 의향률 조사에선 84%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주먹구구식 졸속정책의 결과, 혁신도시는커녕 자칫하면 '유령도시'가 전국에 산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임기 중 '말뚝'을 박겠다며 지난 달 제주 등 4곳의 혁신도시 기공식을 강행했다. 멀리 보면 옳은 투자이니, 당장의 비효율에 연연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구와 네트워크 등의 기본설계가 이토록 허술하다면 실효성 논란 및 토지보상 갈등과 함께 불확실한 예산 등으로 가뜩이나 질척거려온 대형 국책사업이 제대로 굴러갈지 걱정스럽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감사원이 1년 전에 실시한 감사결과를 이제야 내놓은 것도 '눈치보기 처신'이라는 비판과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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