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게 오늘은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지 정확히 20년 되는 뜻 깊은 날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회장이나 삼성은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상황에 처해있다.
잔칫상 대신 삼성증권 등이 검찰 압수수색을 당했고, 모든 기념행사는 취소됐다. 검찰 수사가 속도를 더하고, 특검이 가동되면 앞으로 어떤 가혹한 시련이 더 닥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 20년 이건희 시대의 성과는 신화라고 극찬해도 아깝지 않다. 그가 취임할 당시 매출 17조원에 이익 2,700억원의 한국 내 골목대장에 머물던 삼성은 이제 매출 152조원, 세전이익 14조 2,000억원의 글로벌 거대기업으로 도약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눈으로 확인되는 삼성의 위상은 한국민 자존심의 원천이다.
특히 이 회장은 경영자로서 능력을 입증했을 뿐 아니라 '강소국론' '샌드위치론' 등 결정적 시기에 시의적절한 국가적 어젠더를 제시하는 혜안까지 보여왔다.
그러기에 국민들은 김용철 전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의 폭로를 계기로 쏟아지고 있는 수많은 의혹이 선뜻 믿기지 않는다. 천문학적 액수의 비자금 조성과 우리 사회 주도층에 대한 로비의혹, 계열사 분식회계 의혹 등 하나 하나가 기업에 치명타가 되는 사안들이다. 수사가 시작된 만큼 그 진위는 이제 검찰이나 특검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다만 사실은 사실대로 밝히더라도, 이번 수사가 한국 경제의 20%를 책임지는 삼성의 경영과 대외 신뢰에 미칠 악영향만은 최소화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수사범위나 방식 결정에 신중한 배려를 해야 한다.
삼성은 이 상황을 잘못된 구시대적 관행과 결별하고 보다 투명한 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 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 바란다. '삼성공화국' '경제권력'이라는 말이 상징하는 부정적 속성을 떨쳐내야 한다.
경제력에서만 최고가 아니라 윤리와 도덕성에서도 한국 사회를 이끄는 최고 기업이 되길 당부한다. 그것은 삼성이 진정한 글로벌 최일류 기업으로 영속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삼성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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