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어요.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공간도 조만간 침식될 것 같습니다.”
29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봉포해수욕장앞. 몇 년전만해도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이름이 높았던 이곳이 어느 새인가 모래사장은 사라지고 바닷물이 코앞에 와있다. 해변가 건물들까지 들이칠 것처럼 위태롭기까지 하다. 주민들은 만나기만 하면 이제 장사는커녕 집까지 옮겨야 하는 게 아니냐며 땅이 꺼지게 걱정한다.
백사장이 사라지고 있다. 연안침식은 현재 강원도연안 21개소 등 전국 197개소에서 진행중이다. 백사장 모래는 겨울에는 남쪽으로 갔다가 여름에는 다시 북측으로 이동하며 평형상태가 유지된다. 그러나 태풍과 너울성 파도 등은 순식간에 이 같은 균형을 깨고 백사장을 쓸어버린다.
지난해 10월23일 동해안을 휩쓴 강풍과 폭우로 강릉시 사천면 해안도로 40m가 유실됐다. 올 3월 14일에는 작은 파랑에도 강릉시 강문 횟집단지 앞 백사장 수십m가 사라졌다.
개발행위도 침식의 원인이다. 방파제 호안도로 직립호안 등 개발을 위해 인공구조물이 설치된 후 하천 모래의 유입과 이동이 차단되면서 백사장의 급격한 침식과 붕괴, 퇴적이 일어난다.
항구 등 대규모 연안시설이 들어서면 대규모의 모래이동이 빠르게 발생한다. 난데없이 백사장이 생기는 대신 주변 해수욕장은 백사장이 사라진다. 양양군 강현면 정암해수욕장은 돌밭으로 변해가는 대신 1㎞ 북쪽 물치에는 새로운 백사장이 생겨났다. 강원도내 100개의 해수욕장 중 18개의 백사장이 사라졌다.
속초시 영랑동도 무분별한 해안개발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백사장이 유실되면서 완충지대를 잃은 바닷가 상가 식당 주택은 게릴라성 침식에 존립이 위태롭다.
1999년 연안관리법 시행으로 강원도에는 지난해까지 5년간 440억원이 투입됐다. 침식현장에 응급복구가 이뤄지고 재발을 막기 위한 구조물이나 친수공간이 조성됐다. 속초시 영랑동, 강릉 경포해수욕장, 강문해수욕장, 삼척 호산해수욕장 등에는 관측장비가 설치돼 실태를 모니터 중이다.
그러나 예산부족으로 복구 및 대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복구 비용의 국비지원은 50%에 불과하다. 강원도에는 지난해와 올해 195억원이 투입됐지만 사업대상지는 5곳에 그치고 나머지 피해지역은 응급복구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동해안 5개 시·군이 지난해부터 2010년까지 5년간 53억원을 들여 28군데에서 추진 중인 해안녹화사업은 현재 계획대비 공정률 6%에 불과하다. 강원도 관계자는 “해안 녹화사업도 장기적으로 해안 침식 방지사업 차원에서 접근, 열악한 재정에 시달리는 지자체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