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를 포함한 아랍연맹이 미국이 27일 아나폴리스에서 개최하는 중동 평화회담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아랍권 및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정파들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우디의 참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 회담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사우드 알 파이살 사우디 외무장관은 23일 아랍연맹이 카이로 본부에서 중동평화회담에 대한 아랍권의 공통 입장을 정하기 위해 개최한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사우디 대표로 아나폴리스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20일 미국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은 뒤 입장 표명을 유보해 왔다.
파이살 장관은 “아랍연맹 차원에서 아나폴리스 회의에 외무장관급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으며 이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까지도 이 회의에 참가하기를 꺼린 게 사우디의 솔직한 입장이었다”면서 아랍연맹 차원의 결정이 없었다면 불참 입장을 고수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 대표와 악수하는 등 연출용 쇼에는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회담 격을 높이기 위해 사우디의 참가를 적극적으로 독려해 왔다. 그러나 사우디가 아나폴리스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기피해 온 문제들을 공세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예상돼 사우디의 참가가 오히려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는 2002년 아랍정상회의를 통해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점령한 땅을 내놓을 경우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인정하겠다는 내용의 아랍 평화안을 제창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아랍평화안이 요구하는 내용의 일부만을 수용하면서 아랍권으로부터 국가로 인정 받으려 하고 있다.
한편 시리아는 이번에도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 문제가 다뤄지지 않으면 회담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미국이 아나폴리스 회의에서 골란고원 문제도 의제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리아가 막판에 참가 쪽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남아 있다.
최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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