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9시30분 전남 고흥 항공우주연구원 항공센터. 길이 2m의 작은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드디어 비행기가 뜬다. 그런데 여느 비행기처럼 활주로를 달려 부상하는 것이 아니다.
헬기처럼 제 자리에서 떠올랐다. 고도 200m까지 올라간 비행기는 하늘에서 방향을 바꿔 앞으로 날기 시작했다. 시속 140㎞의 무시무시한 속도로 주변을 선회한 비행기는 10분만에 다시 이륙지점으로 돌아와 역시 수직으로 착륙했다.
바라보던 50여명의 인파는 "비행 성공"이라며 환호를 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 중인 스마트 무인기의 40% 축소기가 시험비행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스마트 무인기는 날개 위에 로터(회전날개)를 달아 수직 이륙한 뒤 로터의 각도를 꺾어 고속 비행한다. 헬리콥터와 비행기의 장점만 갖춘 비행기인 셈이다.
기술자들은 "헬기와 비행기는 개와 고양이처럼 다른 짐승"이라고 말할 정도로 두 항공기는 전혀 다른 비행기술을 요구한다. 그만큼 개발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지금까지 이런 틸트로터(Tilt-Rotor) 비행기를 제품화한 곳은 미국의 벨 헬리콥터사가 유일하다.
연구소의 구삼옥 시험평가팀장은 "이번 시험비행은 로터를 0도에서 90도까지 전환하는 과정의 복잡한 물리적 조건을 이해하고 안정적으로 비행제어가 가능한지를 확인한 것"이라며 "이제 가장 어려운 틸팅 기술의 문턱은 넘었다"고 말했다.
로터의 방향을 바꾸는 30초는 스마트 무인기 개발에서 가장 어렵고 흥미진진한 과정이다. 연구소도 1년 전 40% 축소기를 만든 이후 세 차례나 추락하는 참사를 겪었다. 떨어지고 나면 쓸만한 부품만 건져 다시 조립하기를 반복했다.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는 조종사의 원격 조종 없이 날 수 있는 자동항법술을 완성하는 것. 연구소는 2012년까지 5m 길이의 무인기를 개발, 산불이나 해양 감시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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