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관련 의혹에 대한 특별수사ㆍ감찰본부(본부장 박한철 울산지검장)의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수본부가 전날 이건희 삼성 회장을 출금 조치한 데 이어 27일 김용철(49) 변호사마저 자진 출석함에 따라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 발표로 검찰 수사가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특수본부는 “특검 도입 때까지 필요한 수사는 하겠다”며 흔들림 없는 수사방침을 밝혔다.
이날 김 변호사의 출석은 ‘참고인 조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수본부는 그 동안 “김 변호사를 직접 조사해 언론보도보다 상세한 추가 설명을 들어야 본격 수사에 나설 수 있다”며 그의 출석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 변호사가 자진출석으로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 의사를 밝힘에 따라 수사팀으로서는 수사의 물꼬가 터진 셈이다. 실제로 김 변호사는 이날 심야조사까지 자청, 28일 새벽까지 특수본부 조사에 응하기도 했다.
특수본부는 이날 조사에서 김 변호사에게 지금까지 그가 주장한 ▦삼성 비자금 조성 경위 ▦검찰 등 정ㆍ관계 로비 의혹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발행 사건 증거조작 등에 대해 세부적인 사항을 하나하나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측 해명도 일일이 제시하며 그에 대한 반론을 요구, 폭로의 ‘신뢰성’도 점검했다. “물증이 있는가”도 수사팀의 주요한 질문 항목이었다. 김 변호사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던 추가 진술과 물증을 제시하며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님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실제 이뤄짐에 따라 의혹이 제기됐던 ‘삼성 태평로건물 27층 비밀금고’ 등 삼성 전략기획실, 삼성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초읽기에 들어가게 됐다. 특수본부는 김 변호사로부터 직접 진술을 받은 뒤 순차적으로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물증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특수본부는 특검 도입과는 상관없이 “반드시 필요한 수사”라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한 조사도 이날부터 착수했다. 우선 김 변호사가 ‘비자금 유통 경로’라고 지목한 우리은행 삼성센터, 굿모닝신한증권 금융계좌 4곳에 대한 계좌추적에 나섰다. 우리은행 삼성센터에 개설돼 김 변호사 본인도 조회할 수 없었던 ‘50억원 예치 비밀계좌’의 개설 경위 규명이 수사 초점이다.
특수본부는 핵심 관련자의 줄소환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정ㆍ관계 고위 인사에 대해 현금ㆍ상품권 로비를 직접 지시했다는 이른바 ‘(이건희) 회장님 지시사항’을 작성한 삼성 전략기획실 실무자 및 차명계좌 개설 의혹이 제기된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 실무자가 우선 소환 대상이다. 조만간 “삼성이 설날 선물이라며 현금 500만원을 택배로 보냈다”고 폭로한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도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할 계획이다.
그러나 특수본부가 40여 일이면 현실화할 ‘특검’이란 장벽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어 보인다. 때문에 특수본부가 어느 수준의 강도로 얼마나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해 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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