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각급 축구 국가대표팀이 올 한해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기대 이하의 경기력 탓이다. 한국 축구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각오로 2007년 새해 벽두를 맞았다. 가까이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첫 메달의 꿈, 멀리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중요한 한해로 평가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표팀의 올 한해 농사는 ‘흉작’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A 대표팀의 부진에 이어 ‘한국 축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올림픽 대표팀이 최종 예선전에서 졸전 끝에 간신히 본선에 진출하자 축구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FA컵 결승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정무 전남 감독도 “2002년 월드컵 이후 대표팀이 지나치게 각광 받고 있다. 거품을 걷어야 한다”고 대표팀에 직격탄을 날렸다.
가장 답답한 것은 ‘골 가뭄’이다. A 대표팀은 2007 아시안컵 본선 6경기에서 3골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고, 올림픽 대표팀도 베이징 올림픽 최종 예선전 6경기 4골의 골 가뭄에 시달리며 최종 관문을 통과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 최종 예선에 출전한 12개 팀 중 우리보다 골을 적게 넣은 팀은 북한과 베트남(이상 3골) 뿐이다.
A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의 골 가뭄이 심각한 것은 상대가 아시아 국가였다는 점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4강 신화 재현’을 부르짖고 있지만 세계 축구의 변방으로 취급 받는 아시아권에서도 시원한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 축구가 처한 냉엄한 현실이다. 이래서는 베이징 올림픽 첫 메달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명예 회복’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이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한국 축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은 자극이 필요하다.
팬들의 높아진 눈 높이는 유럽 선진 축구를 지향하고 있지만 실제 대표팀이 보여주는 경기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아시안컵만 봐도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기본기와 전술적인 면이 동남아 선수들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최근 한국 축구는 몇 년 전만 해도 몇 골 차로 이길 지에 관심이 쏠리던 약체들을 맞아서 버거운 승부를 벌이고 있다. 47년 만의 정상 정복을 호언하던 A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쥐구멍을 찾아야 할 정도의 망신을 당했고 ‘무난한 조에 편성됐다’고 여유를 보이던 올림픽 대표팀은 바레인과 간신히 비기며 본선에 턱걸이했다.
‘아시안컵 음주 파문’ 등으로 얼룩진 대표 선수들의 정신 자세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허정무 감독은 “대표 선수로 경기에 나서는 자세나 책임감이 부족했다”며 후배들을 질타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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