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BBK 사건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수사결과 발표 조율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과연 검찰이 어떤 결과를, 어디까지 밝힐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요일인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의 외양은 비교적 차분했다. 이날 오전에는 수사팀이 자리잡고 있는 10층에서도 불빛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16일 전 BBK 대표 김경준(41ㆍ구속)씨 송환 이후 연일 새벽부터 불을 밝히던 것과 비교하면 한가해 보이기까지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수사결과 발표문 작성에 착수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2일 "결과 발표와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둘러댔지만 수사팀은 3일 대검 수뇌부 회의에 수사결과를 보고하고 발표 수위 및 형식에 대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수사결과 발표까지는 상당한 숙고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인 고민은 어디까지 발표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검찰은 대형 사건의 경우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수사결과 뿐만 아니라 판단의 근거가 된 방증들도 일부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관례가 반복될 지는 미지수다.
발표문에 담기는 문구, 단어 하나하나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은 지난 8월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애매한 결과를 내놓았다가 혼쭐이 났다.
발표 형식도 관심사다. 도곡동 땅 수사결과 발표 때는 촬영이 허용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명확한 결론이 도출되지 못할 경우 카메라를 배제한 채 약식으로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반면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검찰의 선택이 주목된다.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수사결과 자체다. 최근의 분위기는 이 후보쪽에 다소 유리하게 돌아가는 듯하다. 전 이캐피탈 대표 홍종국씨가 "보유 중이던 BBK 지분 99%를 1999년 10월과 2000년3월9일에 절반씩 김경준씨에게 매도했다"며 "김씨가 2000년 2월21일 BBK 지분 100%를 이 후보로부터 매입했다는 내용의 이면계약서는 허위"라고 주장하면서 김씨의 입지가 좁아졌다.
이와 더불어 이 후보 명의 도장의 진위 여부도 새로운 논란으로 떠오르는 등 계약서의 진위 여부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기된 의혹들이 명백한 물증이라기보다는 방증 수준이라는 점도 이 후보쪽에 유리한 정황이다.
하지만 무혐의를 단언하기도 이르다. 당장 2일에도 2000년 3월 이캐피탈과 합병했던 웰컴기술금융 전 대표 채운섭씨가 "1999년말에도 이캐피탈은 BBK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었다"고 홍씨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봉주 의원도 '이 후보가 회장으로 있던 LKe뱅크가 BBK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라는 내용의 LKe뱅크 내부 문서를 추가로 공개했다.
"투자자문사인 BBK를 설립했다"는 이 후보의 과거 언론 인터뷰 내용, BBK가 계열사로 명시된 명함을 이 후보가 사용했다는 주장, 이 후보의 최측근 김백준씨와 김경준씨간의 석연치 않은 자금 흐름 등 이 후보의 관련성을 의심케 하는 정황들도 즐비하다.
검찰은 이처럼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정황들에 대해 명확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내놓을까. 이제 하루나 이틀 뒤면 이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될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o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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