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국차 수입대수가 지난 달 말로 벌써 5만대를 넘었다. 외제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5.1%를 기록했다고 한다. 1987년 자동차시장 개방 이후 20년 만에 '마(魔)의 벽'이라는 5%를 넘어섰다. 수입차 증가는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가 확대되고, 국산 승용차와 선의의 경쟁을 촉진하는 일이므로 고깝게 볼 이유가 없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국내 수입차의 가격 구조에는 거품이 잔뜩 끼어 있고, 기형적인 부분이 많다. 최근 보험개발원이 벤츠, BMW, 아우디 등 3개 외제차의 부품가격을 분석한 자료만 봐도 그렇다.
최고급인 '벤츠 S600'은 국내 딜러가 청구하는 부품값이 독일의 1.4~3배 수준이다. 콘덴서 부품의 경우 국내에선 109만6,700원이지만, 독일 현지 가격은 36만 3,700원 정도에 불과하다. 차 값이 에쿠스의 절반도 안 되는 혼다 CR-V의 범퍼 가격은 에쿠스의 4배나 된다.
세금과 수입에 따른 부대비용을 감안하더라도 2~3배의 가격 차이는 폭리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공식 수입보다 더 많은 유통단계를 거치는 병행수입 부품이 반값 이하라는 사실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부품값만이 아니다. 수입차 수리비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운전자들이 수입차를 들이받을 경우 보험 적용도 되지 않는 엄청난 수리비를 물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피해 다니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수입차와의 접촉사고가 빈발하자 보험료를 더 내가며 보상 한도를 높이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 심하게 말하면 수입차 수리비 횡포를 국산차 운전자들이 떠안는 격이다. 수입차에도 국산차처럼 수리비 보험 단가기준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국내 어디에서나 수입차 매장은 요지에 호화판으로 꾸며져 있다. 그러한 마케팅 비용은 모두 차값, 부품값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다.
수입차도 이제 본격적인 대중화 시대를 맞은 만큼 왜곡된 가격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 책임은 1차적으로 수입업체에 있지만, 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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