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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비밀주의에 빠진 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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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비밀주의에 빠진 6자회담

입력
2007.12.0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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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시설에 대한 불능화는 진행 중이고, 그에 맞춰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만을 놓고 보면 핵 시설 동결에 이은 북핵 폐기의 2단계 합의들은 큰 탈 없이 이행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굳이 외형적으로만 그렇다고 말한 것은 내실까지 탄탄하다고 인정할 만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이행수준 가려진 '북핵 불능화'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불능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이 같은 정보결핍은 북핵 6자회담이 '비밀주의'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불능화 자체의 많은 부분이 '공개와 검증'의 메커니즘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 머물러 있다. 불능화의 구체적 수준이나 방식이 일목요연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불능화를 위해 11개 조치가 취해지고 있고, 이를 복구해 핵 시설을 재가동하는 데 1년 정도가 걸린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이마저도 미국이나 한국의 협상 당사자들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것은 아니다.

북한과의 불능화 협상을 주도한 미국이 작심하고 비밀주의를 취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유혹을 느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불능화 수준이 당초의 목표치를 크게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이 적나라하게 공개될 경우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차 북핵 위기 때 미측 협상대표로 '제네바 기본합의'를 성사시켰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교수가 최근 "내용을 모르니 비판을 하기 어렵다"고 말한 데서도 비밀주의의 '효과'는 확인된다.

그러나 이 같은 폐쇄적 전략은 당장 써먹기에는 효용이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협상 결과에 자신이 없는 부분은 그냥 덮고 가자'는 태도는 불능화 이후의 후속 협상에 연쇄적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폐해는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해진다.

일부에서는 "불능화가 워낙 기술적으로 복잡해 말해줘도 모른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그 말이 진실인지 여부도 확실치 않거니와 그렇게 얼버무릴 문제가 아니다.

북핵 '2ㆍ13 합의'는 북한이 모든 핵 시설에 대한 불능화를 이행하는 대가로 100만 톤의 중유에 상응하는 에너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는 불능화는 '모든'이 아닌 3개 시설에 국한돼 있고 그마저도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임에도 에너지 지원은 당초 합의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북한의 약속 이행 정도로 볼 때 100만 톤의 에너지 지원을 그대로 제공하는 것이 과연 적정하고 협상의 전체적 원칙과 목표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 대북 양보가 여전히 미덕일까

에너지 지원에서의 양보는 있을 수 있다손 치더라도 여기서 한술 더 떠 북한의 전면적 핵 프로그램 신고 의무와 관련해서도 비밀주의가 횡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재앙적이다. 한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최근 워싱턴에서 "북한의 신고 내용을 공개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 핵 폐기 약속의 진정성을 드러내 줄 핵 프로그램 신고 내용을 받아들고도 쉬쉬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공개하고, 무엇을 검증한다는 말인가.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정치적 필요와 흥정에 따라 신고 내용을 적당히 주물러 핵무기 1,2개는 눈감아 줄 수도 있겠지만 그 같은 협상 결과는 한국에는 치명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대북 협상에서 양보가 미덕이었을지 몰라도 이제부터는 아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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