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암 극복할 수 있다] 3부 (1) 불친절과 정보 부족, 암 환자는 괴롭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암 극복할 수 있다] 3부 (1) 불친절과 정보 부족, 암 환자는 괴롭다

입력
2007.12.03 00:22
0 0

■ 무성의한 5분 진료…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파"

식도암 2기 판정을 받은 김모씨. 지방보다는 아무래도 서울의 큰 병원이 좋겠다는 주변의 권유에 모 대학병원을 찾았다.

아침부터 서두른 덕분에 예약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찍 도착한 만큼 대기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김씨는 알지 못했다.

김씨는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찬 진료대기실에서 예약시간보다 꼬박 30분을 더 기다린 후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겨우 들어선 진료실에는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료의뢰서를 훑어본 의사는 “검사하고 일주일 후에 다시 오세요”라며 진료를 끝냈다. 진료에 걸린 시간은 불과 5분 남짓. 답답한 김씨는 그냥 나갈 수가 없어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완치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의사는 대뜸 “그것을 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건 알아서 뭐 하려고 물어요”라며 호통을 쳤다. 머쓱해진 김씨, 간호사를 따라 진료실을 나왔지만 얼굴이 붉어지면서 화를 가라앉힐 수가 없다.

CT(컴퓨터단층촬영), 혈액검사 등 몇 가지 검사를 받고 파김치가 된 김씨는 일주일 후에 또 병원에 와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숨부터 나왔다. 또 그 수모를 받아가면서 잘 버틸 수 있을지 막막하다.

이런 경험을 한 것은 비단 김씨만이 아니다. 본보가 최근 인터넷 암 환우회 ‘암과 싸우는 사람들’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의료진의 불친절로 인해 속병을 앓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172명 중 89명(51.7%)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의 무관심과 성의없는 답변이 입원 치료를 받을 때 가장 짜증난다고 답했다.

특히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의사의 고압적인 태도 때문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14명이나 됐다.

‘쮸맘’ 아이디를 사용하는 회원은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수 있겠느냐는 일상적인 질문을 했다가 심한 면박을 받았다”면서 “의사는 모름지기 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바른 인성이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회원은 “진료를 받다 보면 암에 걸린 것이 마치 죄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투병으로 심신이 지친 환자들에게 꼭 그런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불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우회 운영자 이일선씨는 “매일 암 환자 수십 명을 진료하면서도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의사들도 많다”며 의사들이 모두 불친절한 것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실제로 설문결과를 보면 의사와 간호사 모두 친절했다는 응답도 27.9%로 적지 않았다. 이씨는 그러나 “소수이기는 해도 고압적인 자세로 퉁명스럽게 환자를 대하는 의사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응답자의 52.3%는 치료 계획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의료서비스 중에서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육체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해달라는 의견과 상담시간을 충분히 달라는 의견도 각각 16.9%를 차지했다.

환자와 가족에 대한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자세를 없애달라는 응답은 5.8%로 비교적 낮아 친절하지 않더라도 자세한 설명은 꼭 필요하다는 환자들의 인식을 보여줬다.

김주경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대형병원에 환자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업무 스트레스로 환자 응대의 중요함을 잊어버리는 의사들이 있다”면서 “같은 의사로서 상당히 낯뜨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의사 양성과정에서 대화법, 친절교육 등을 하고 있는 만큼 불친절한 의사들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환자 74% "의사보다 인터넷"

최근 유방암 진단을 받은 이모씨는 처음 간 병원에서 주치의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유방암의 치료에 대해 물었다가 “그런 것은 인터넷을 찾아보라”는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의료진에게 암 치료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한 환자는 결국 접근이 손쉬운 인터넷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본보가 암 환우회 회원 17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으로부터 암에 대한 정보를 주로 얻는다는 사람은 6.4%에 불과했다. 대신 73.8%가 암 환우회와 암 관련 홈페이지 등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환자가 이용하는 인터넷 암 정보는 믿을 만할까. 이기철 대한암협회 사무총장은 “협회 소속 암 전문의들이 2002년 한 해 동안 암 관련 사이트 16개를 조사한 결과 무려 558건의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들 사이트는 ‘A 약제가 아무런 독성이나 부작용도 없이 암세포를 90% 이상 죽인다’는 등 판단 근거가 불충분하거나 검증이 불가능한 비과학적인 정보를 담고 있었다.

대한암협회는 개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보다는 공공기관에서 운영하거나 전문가에 의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웹사이트를 이용하라고 당부했다.

국가암정보센터(www.cancer.go.kr), 대한암협회(www.kcscancer.org), 위암 유방암 등 해당 암학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들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해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은 “주치의를 통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해 인터넷으로 내몰린 환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접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먼저 의사들이 환자 눈높이에 맞는 정보 제공을 하고 암 관련 단체들은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말기암 환자 가족입니다, 알려야 하나요?

Q : 말기암 환자의 가족입니다. 주위에서 말기라는 사실을 알리면 환자가 치료를 포기할 수 있으니 입 조심하라고 해서 계속 숨기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 환자는 자신의 질병과 그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정보를 듣고, 치료 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환자는 암이 상당히 진행된 심각한 상황인데도 말기암의 치료에 대해 전혀 의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희망을 잃은 나머지 치료를 포기할까봐 가족들이 환자에게 말기라는 사실을 잘 알리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90% 이상이 말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대답했고, 가족의 80%가 환자에게 알리기를 바란다고 했는데도 말이죠.

환자가 치료 방향을 결정하려면 현재 가능한 치료법, 그로 인한 이득과 부작용, 다른 대안 등 폭넓은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문의 국가암정보센터(1577-8899)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