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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로 보는 세상] "불법복제만은 제발…" 영화인 피맺힌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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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로 보는 세상] "불법복제만은 제발…" 영화인 피맺힌 호소

입력
2007.12.03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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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실망하고 답답하고 절박했으면. 말이 ‘문화산업정책 간담회’였지 “제발 불법복제부터 막아달라”는 호소였다. 그것도 아직 후보에 불과한 대선주자(이명박, 정동영)에게.

영화계만이 아니었다. 가수 이문세, 보아, 박진영, 동방신기와 드라마, 뮤지컬, 게임산업 대표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문화산업포럼이 마련한 간담회(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은 “지하철 통로에서 팔고 있는 DVD는 장물” “온라인 불법다운은 범죄”라며 두 후보에게 ‘검토하겠다’는 두루뭉실한 정치적 발언이 아닌 강력하고 구체적인 정책 제시를 요구했다.

이문세는 ‘생존’이란 단어를 썼다. “가수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돈이 안 들어온다. 정체성을 버리고 TV오락프로에 나가 웃겨야 산다”며 인터넷포탈에 적용하는 실명제를 P2P와 웹하드에도 도입해 달라고, 그래야 음반 불법다운로드가 사라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인 ‘문화강국 만들기’의 최대적은 다름아닌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창작의욕을 꺾는 불법복제에 있다고 외쳤다.

그럴 만도 하다. 영화만 보자. 러시아, 중국에 이어 불법복제 세계 3위로 꼽히는 한국에서 한해 영화불법복제로 새는 돈은 2,816억원(2005년, 영화진흥위원회 추산). 올해 한국영화 투자위기를 몰고 온 지난해 사상 최다 적자가 1,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그 결과 한국은 영화부가시장이 30% 가까이 줄어드는(2005년), 앞으로도 홈비디오 시장침체가 예상되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됐다. 미국의 26.8%, 일본의 약50%와 달리 85%나 차지하는 극장입장료에 목을 매고, 그나마 불법복제가 전체 부가시장의 60%에 달하는 현실. 오죽하면 앞서 열린 ‘영화불법복제방지를 위한 영화인대회’(22일)에서 차승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이 “말기 암 진단을 받았다”고 했을까.

영화계가 말하는 치료법은 간단하다. 2,816억원을 영화산업으로 들어오게만 하면 낫는다는 것이다. 극장은 2,176억원, 비디오ㆍDVD는 640억원의 수익이 늘어나 재투자가 이뤄지고, 편당 평균손익분기점도 관객 150만명에서 120만명 이하로 내려가 경쟁력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해답이 분명한데 영화계라고 구경만 했을까. 비록 극장 호경기만 믿고, 온라인시장을 과소평가하다 뒤늦게 달려들긴 했지만 갖가지 방법을 짜냈다. 여기저기 호소도 했고, 파파라치를 모방한 영파라치까지 도입했다.

올 3월에는 128개 영화제작, 배급사가 참여하는 ‘불법복제방지를 위한 영화인협의회’를 결성해 90개 인터넷업체에 저작권침해 중지요청서를 보냈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린캠페인을 벌였고, 극장과 인터넷에서 상영할 홍보영상까지 만들었다.

그런데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영화인들은 그 이유가 현 정부의 미온적인 제도개선과 실천의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저작권법은 그나마 알맹이는 빠진 채 올 6월에야 개정됐고, 단속은 말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안으로는 영화인대회를 통해 생존권을 건 단호한 법적 대응을 다짐하고, 밖으로는 일찌감치 압력단체가 돼 차기 대통령 후보들에게 다짐을 받아놓으려 한다. 두 후보 역시 ‘완벽한 정책’ ‘전담 단속반 상설’ 등을 약속했다. 그것이 표를 의식한 공약(空約)이 아니길. 한 후보의 말처럼 누구 편들기가 아니라, 그동안 잘못된 인식과 행위의 ‘제자리 찾기’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26일) 프랑스는 통신업체까지 참여하는 감시기구를 설립하고, 불법복제시 인터넷접속을 차단하는 규정을 신설했다고 발표했다. “미래에 문명화 된 인터넷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말이 멋지다.

문화대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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