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 지역에 사는 조류들의 국내 자연 서식과 번식이 잇따라 확인돼 지구 온난화에 의한 우리나라 기후의 아열대화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7월19일 전남 신안군 장도에서 아열대성 조류인 검은이마직박구리(사진)의 어미 1마리와 둥지를 갓 떠난 새끼 2마리를, 10월4일에는 어미 2마리와 어린새 5마리를 관찰하는 등 국내 자연 번식을 처음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새는 2003년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서 처음 서식이 확인됐고, 이듬해 9월 소청도에서 어린 새 10마리가 관찰되면서 처음으로 국내 자연번식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번식기간이 5월말~7월초인데다 9월은 한반도 통과철새가 이동하는 시기여서 확신할 수가 없었다.
몸길이 18.5㎝로 몸 윗면은 올리브 갈색을, 배 부분은 흰색을 띠고 있는 검은이마직박구리는 아열대 지역인 중국 남부, 대만, 일본 오키나와, 베트남 북부에 제한적으로 서식하고 있다.
검은이마직박구리 뿐만 아니라 아열대 조류들의 국내 자연번식은 최근 빈번하게 확인되고 있다. 1990년대 제주에서 서식이 확인된 대표적인 아열대 조류인 물꿩이 지난해와 올해 제주도와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번식 중인 사실이 확인됐고, 붉은부리찌르레기도 올해 제주에서 자연번식 중인 모습이 관찰됐다.
국립환경과학원 박진영 박사는 “최근 일부 아열대 조류들의 국내 자연번식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이들의 번식 지역이 북상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와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좀더 장기적인 정밀조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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