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설립 당시의 대주주가 "BBK 설립 자금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는 무관한 자금"이라고 주장해 사태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또 문제의 한글계약서 작성 당시 "이 후보가 BBK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와 계약서의 진위 여부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BBK 설립 당시 대주주로 등기돼 있던 e캐피탈창업투자의 이덕훈 회장과 홍종국 전 사장이 30일 내놓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후보가 BBK 설립자금을 댔을 가능성과 2000년 2월21일 이전에 BBK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었을 가능성은 모두 사라진다.
전 BBK 대표 김경준(41ㆍ구속)씨가 내놓은 주식거래 이면계약서 중 한글계약서는 이 후보가 BBK 지분 100%를 김씨에게 매각한다는 내용으로 작성일은 2000년 2월21일이다.
그러나 홍 전 사장은 "BBK는 e캐피탈의 회사 자금 중 30억원을 투자해 설립된 회사로 이 후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김씨 주장을 반박했다.
"1999년 9월 BBK에 30억원을 투자한 뒤 10~11월에 15억원, 2000년 2월말~3월초에 15억원을 회수했다"는 그의 주장 역시 김씨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회장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홍 전 사장의 말이 맞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결국 BBK가 이 회장 자금으로 설립됐고 2000년 2월말까지 전체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가 김씨에게 넘겼다는 의미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글계약서의 내용은 성립할 수가 없다. 이 후보가 BBK 주식 100%를 보유할 수가 없었으며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김씨에게 넘긴다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리엔스캐피탈과 삼성생명의 BBK 투자금을 홍 전 사장과 김씨의 동업자인 오영석씨가 유치했다"는 홍 전 사장 주장도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천군만마'와 같다.
그 동안 김씨는 BBK 투자금을 이 후보가 관계 회사의 지인들을 만나 직접 유치했다고 주장했고, 이는 BBK가 이 후보 소유 회사라는 주장의 근거로 작용해왔다. 이 같은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김씨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단정은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측은 "핵심은 BBK 설립자금을 누가 냈느냐가 아니라 김씨의 BBK 지분 인수자금 출처, BBK 자금을 통한 주가조작과 이 후보의 연관관계"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 전 사장 주장은 BBK를 둘러싼 복잡한 자금 흐름 중 하나의 고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홍 전 사장의 주장이 조금씩 달라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는 지난 10월2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1999년 9월 BBK에 투자하고 3개월 정도 후에 합작관계를 청산했다"고 증언했다.
이 증언대로라면 2000년 2월21일 이전에 이 후보가 BBK 지분을 갖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진다. 검찰이 이미 지난 9월 이 회장을 소환해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도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않은 것 역시 진술만으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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