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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의 곤니치와] '난징대학살 70주년' 일본반응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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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의 곤니치와] '난징대학살 70주년' 일본반응 궁금하다

입력
2007.12.0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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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은 난징(南京)대학살 발생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1937년 시작된 중일전쟁의 와중에서 일본군이 자행한 난징대학살은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유대인학살)와 함께 근현대사의 최대 오점이자, 인류 최악의 비극으로 기록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난징의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해국인 일본에서 자신들의 만행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기는커녕 부정하고 왜곡하려는 움직임이 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도쿄지법에서는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난징대학살의 생존자로 유명한 중국의 샤수친(夏淑琴)씨를 날조된 피해자라고 주장한 일본 학자 히가시나카노 슈도(東中野修道) 아시아대 교수에 대해 준엄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일본난징학회 회장인 그에게 “피고의 원자료 해석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학문연구의 성과로서 가치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일본에는 히가시나카노 교수처럼 난징학살 사건 자체를 부정하거나 왜곡ㆍ축소하는 학자들이 보수ㆍ우익성향의 언론과 단체의 지지 속에서 목청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이들의 주장은 학문과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넘어갈 수 있다. 진짜 심각한 것은 일본 정치가들의 반 역사적인 행태이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에는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이라는 단체가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가 전 정조회장이 만든 이 단체는 일본군위안부와 난징학살을 부정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아베 정권하였던 지난 6월 “당시 난징에서는 어떠한 학살도 없었음을 확신한다”는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마찬가지로 난징문제에서도 외국의 ‘날조’ 때문에 일본이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발신하고 있는 것이다. 학자도 아니고 정치가들이 이처럼 과거사를 앞장서서 부인한다면 전후 일본 정부가 울며 겨자먹기로 해 온 알량한 반성과 사죄가 없었던 일로 돼 버린다는 사실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들의 최대 무기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답답한 것은 성폭행이나 대량학살을 공식문서로서 지시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는 상식과, 그나마 증거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패전후 폐기한 것은 바로 일본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떼를 쓰는 모습이다. 이미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증거’는 넘칠 만큼 많은 상황인데도 말이다.

많은 일본 사람들은 “한국과 중국 사람들이 역사문제만 물고 늘어진다”며 불평한다. 그러나 어두운 과거사의 틀에 갖혀서 살고 있는 것은 일본 사람들이며, 일본 지도자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일본이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최근 아시아를 중시하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권이 발족했다. 후쿠다 총리는 23일이 되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기 바란다. 그것이 일본의 국익에도 부합한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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